첫 장편동화 ‘거짓말주의보’ 펴낸 이경아 작가
장애인 가족과 사는 아이의 복잡한 내면
교사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포착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 아이들에게도 그런 순간이 많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동화작가 이경아 작가가 최근 첫 장편동화 ‘거짓말주의보’(한솔수북)를 펴냈다. 이 책은 장애가 있는 동생 유준이를 둔 11살 소녀 유리의 성장 이야기다.
어린 유리는 동생의 장애를 친구들에게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고,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마음속 불안과 슬픔이 커진다. 결국 ‘거짓말 알람’이 울리는 상황 속에서 유리는 숨겨둔 감정을 마주하고, 참아왔던 마음을 용기 내어 털어놓는다.
‘거짓말주의보’는 이 작가가 과거 담임을 맡았던 뇌병변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의 모습을 계기로 시작됐다. 책 속 유리가 느끼는 슬픔, 분노, 죄책감 등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들부터 마침내 찾아오는 용기까지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최근 여성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이 작가는 “장애 아동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며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하 이경아 작가 인터뷰>
- ‘거짓말주의보’를 쓰게 된 계기와 동기가 무엇인가?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이의 담임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림자처럼 늘 그 아이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장애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는 (장애-비장애)통합 학급 담임, (일정 시간 특수 수업을 별도로 받는)특수 학급 담임, 보조 교사 등 여럿이 해내는 역할을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오롯이 해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가족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장애인의 가족은 어떤 삶을 살까?’ 하는 질문에서 ‘거짓말주의보’ 이야기가 시작됐다.”
- 책을 출판하시게 된 이유와 출판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다 보니 동화책에 관심이 많았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동화책을 함께 읽는 교사 동아리를 하면서 동화를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쓰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운 좋게 처음 쓴 장편 동화로 한솔수북 출판사의 ‘선생님 동화 공모전’에 당선돼 책까지 낼 수 있게 됐다.”
- 책을 쓸 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학교에서)제가 만난 아이들에게서 이야기의 씨앗을 얻는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었던 사건, 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다시 떠오른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감정들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 교사로 근무하시면서 책과 관련된 실제 경험이 있나요?
“아이들마다 속에 담고 있는 억울한, 속상한 마음이 있다. ‘거짓말주의보’ 속 유리는 장애인 동생이 원인이었지만, 제가 만난 아이들 중에 형제나 자매가 운동을 하거나 몸이 약한 아이가 있는 경우도 유리와 비슷한 감정이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서 마음속에 묵직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응어리를 대신 털어줄 수는 없지만, 작은 응원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로 쓰게 됐다.”
- 책의 핵심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무엇일까?
“‘언제까지 거짓말만 할 거냐고, 그래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거라고(82쪽)’라는 부분이 있다. 마음속에 잔뜩 담아만 두고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꾹 참는 아이들에게 이제 거짓말은 그만하자고, 속에 있는 것들을 다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자고 말해주고 싶었다.”
-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부끄럽지만,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편이다. 그래서 국어교육을 전공했는데도 여전히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두고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이 제 책에서 잘못된 맞춤법이나 문장을 읽지 않도록 최소한의 기본은 제대로 갖춘 글을 쓰려 한다.”
-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독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첫 번째 책이다 보니 책을 읽은 (특히 어린이) 독자의 감상이 너무나 궁금하다.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운동하는 어린이도 종종 만나게 된다. 힘껏 달리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땀 냄새 폴폴 나는 스포츠 동화 한 편 써보고 싶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긴 육아 휴직을 마치고, 하반기에 복직 예정이다. 그전까지 열심히 글을 쓰고, 제 아이들과도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복직 후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씨앗을 찾아 키워보고 싶다. 그리고 제 책을 저희 반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 보고 직접 감상을 들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