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보이그룹, 데뷔 1주년 맞아 유럽 투어
“우려가 가능성으로 바뀌는 기적...
편견 없이 사랑 준 팬들 감사해”
‘장애 아이돌의 성공’ 주목하기보다
‘모두가 설 수 있는 무대’ 만들어야

“긴장 속에 데뷔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아요. 데뷔 전의 많은 우려들이 가능성으로 바뀌는 기적 같은 1년이었어요.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은 저희를 응원하고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에요. 특히 편견 없이 사랑 주신 파도(팬덤명)들 사랑합니다!”
K-POP 무대에 당당히 선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 ‘빅오션’이 데뷔 1주년을 맞았다. 첫 월드투어도 나섰다. 지난 19일부터 유럽 5개 도시를 돌며 팬들과 만나는 중이다.
찬연, PJ, 지석 3인으로 구성된 빅오션은 2024년 4월 20일 정식 데뷔했다. 그룹명(Big Ocean)엔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한다’라는 뜻과 함께 바다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바다처럼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빅오션의 무대는 청각장애인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자연스럽다. 이들은 ‘들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수어, 진동, 빛, 표정, AI 음성 분석 시스템 등을 통해 노래와 감정을 표현한다. HOT의 ‘빛’을 리메이크한 데뷔곡 ‘Glow’, 밴드 데이식스 영케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뮤직비디오 전체가 수어로 만들어진 ‘SLOW’, 보청기, 진동 메트로놈을 활용한 퍼포먼스 등을 선보였다. 청각장애인도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단순히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아니다. 왜 지금껏 아이돌 무대에 청각장애인은 없었는지, 무엇이 기회를 가로막고 있었는지 묻는 계기가 된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말은 사실상 기존 무대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특히 대중음악 분야에서 장애인이 문화예술의 ‘기획자’, ‘창작자’, ‘주체’로서 활동하기 위한 지원 체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빅오션 같은 이들이 일회성 화제로 소모되지 않으려면, 제도적 기반과 문화산업 전반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대 환경, 수어 통역을 포함한 미디어 접근성, 장애 예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오디션 시스템 등이 마련돼야 한다. 장애 예술인이 장기적인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제작·유통 인프라 확대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빅오션의 행보는 단지 ‘장애 아이돌의 성공’이 아니라, ‘모두가 표현하고, 모두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자 제안이다. 빅오션은 지금, 당연하지 않았던 무대 위에서 당당히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더 큰 무대를 향한 이들의 걸음은 우리 사회가 더 넓고 깊은 포용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호다. 장애 예술인의 활동을 단지 ‘이례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동등한 문화 주체로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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