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지자체장에게 'W'가 묻다] ⑩최대호 안양시장
2010년, 2018년, 2022년 징검다리 3선
GTX 인덕원역 정차, 함백산 추모공원, 탄약고 지하화 등 성과의 이면
스마트 여성친화도시...범죄예방 디자인, 섬세한 안심 도시 구현
여성 공무원 4급 비율 46%

최대호 안양시장의 정치 입문은 뜻밖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2007년 안양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 앞둔 시기였다. “대선 후보가 전화해 ‘최 박사님, 안양을 좀 맡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권하더군요. 당시 정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니 나가면 떨어질 게 뻔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아내에게 말도 못 하고 열흘 정도 혼자 고민했어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마했는데, 명함 찢기고 침 뱉고… 참혹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를 전화위복이라 말한다. “그런 경험이 오히려 약이 됐다고 생각해요.”
2010년에는 무난히 시장에 당선됐지만 2014년 재선 도전 때는 안타깝게도 913표 차이로 낙선했다. 절치부심 끝에 2018년 다시 당선돼 11년째 안양시정을 이끌고 있다.
최 시장은 안양이라는 도시의 물리적 제약을 마주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좁은 면적에 산림이 절반이 넘고 나머지 땅도 다 쓰고 있어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1970~90년대 초반 안양은 기업과 공장이 몰려와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도시’였어요. 인구도 한 때 62만에 달했죠. 그런데 수도권 규제로 기업들이 떠나면서 자리는 아파트로 채워졌고, 일자리는 사라졌어요.” 그래서 나온 새로운 해법이 2012년 ‘스마트창조도시 안양’이라는 비전이었다.
‘스마트도시’ 안양, 스마트폰 안전귀가서비스 구축... 전국 최초

ⓒ안양시
“2010년 스마트폰이 막 나오던 때였어요. 앞으로 세상은 스마트로 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죠. ‘스마트도시’라는 말을 전국 최초로 썼어요.” 안양시는 스마트도시통합센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스마트 교차로, 고령자 스마트 안심서비스, 자율주행버스 ‘주야로’ 등 다양한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스마트폰 안전귀가서비스’도 선보였다. “2014년에 시작했는데, 스마트폰 앱을 깔고 흔들면 자동으로 경찰서와 우리 통합센터에 연결돼 추적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여러 시군으로 확산했어요.” 안양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여성 안전 정책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은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 혁신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와 더불어 안양시는 심야시간 범죄에 취약한 주택가에 ‘범죄예방 도시환경 디자인(CPTED)’을 적용해 안전한 도시환경 조성에도 나섰다. 주택가 골목길,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 등에 방범용 CCTV와 비상벨, 조명 강화, 사각지대 제거 등을 반영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도시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시설 설치를 넘어 공간을 재디자인한 이 정책은 시민의 체감 안전도를 높이고, 스마트도시 안양의 ‘생활 안전 혁신’ 모델로 자리매김하며 중앙정부로부터 우수사례로도 평가받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안양시는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스마트도시 국제표준 인증’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지역 프로축구팀을 되살려 시민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연고지를 떠난 ‘LG 치타스’의 공백은 안양 축구 팬들에게 큰 상처였다. 시장 선거 전부터 서포터즈들의 요청을 받고 시의회 설득, 예산 통과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FC안양을 창단했다. “창단 11년 만인 작년에 첫 K리그1로 승격했어요. 지금은 시민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도시 브랜드가 됐습니다.”
교통 인프라의 재설계, GTX-C노선과 경부선 철도 지하화 추진

GTX-C 노선 인덕원역 정차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이었다. “인덕원(院)은 예로부터 교통의 중심지였는데 안양이 빠진 거예요.
최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인덕원역 추가 정차를 공약했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15만 6천명의 서명을 받았고, 용역을 통해 관계기관을 만나 당위성을 설득했어요.” 왕십리와 함께 인덕원이 유일하게 GTX-C노선에 추가 정차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우리 사례를 참고해서 왕십리 정차를 성사시킨 겁니다. 결국 진심이 통했다는 생각이에요.”
GTX-C노선 유치보다 더 지난한 여정이 경부선 철도 지하화다. 최 시장은 “누군가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이 그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나섰다. “이거 한다니까 미친놈 소리도 들었어요. 시의회에서도 공격받고, 왜 안 되는 걸 하느냐고 했죠. 하지만 난 그랬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정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만 하겠다는 건 정치가 아니다.”
서울 용산·동작·영등포·구로·금천구, 경기 군포시 등 인근 6개 지자체를 설득해 7개 도시 협의회를 구성했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공동 용역을 발주하고, 국토부와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하며 수년간 여론을 이끌었다.
결국 작년 1월 ‘철도 지하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 시장은 “사업의 뿌리부터 줄기까지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날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벅찬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2월 국토부의 선도구역에 공사 기간이 짧고 건설경기 활성화에 유리한 구간으로 안산, 대전, 부산 등 세 곳만 선정됐다.
최 시장은 “제가 경부선 지하화를 제일 먼저 제안했는데 제외돼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종합계획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양시는 추진 중인 용역을 바탕으로 오는 5월 국토부의 철도 지하화 종합계획 반영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안양교도소 이전 및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사업 추진, 광역 화장장 함백산 추모공원 유치
안양교도소 이전 추진은 시민 자존심 회복을 위한 결단이었다. 그는 도시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꿔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최 시장은 안양교도소의 재건축 허가 요청을 반려했고, 이에 따라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패소했다. “내가 도장 찍었으면 교도소는 수십 년간 못 옮겼을 겁니다. 시민들을 생각해서 싸웠습니다.” 2022년 8월 법무부와 '교도소 이전 및 법무시설 현대화사업' 업무협약 후 현재 사업계획안 협의는 마무리 단계이며, 기획재정부와의 협상이 남아 있는 상태다.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 유치는 장례문화의 변화와 수요를 내다본 선제적 판단이었다. 최 시장은 2010년 안양에서 가깝고 땅이 넓은 화성에 추모공원을 만들자고 당시 화성시장에게 제안했는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다”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시간이 흐르며 장례 수요는 계속 늘었고, 결국 화성시가 광역 화장시설을 추진하게 됐다. “2014년 제가 낙선했잖아요. 당시 시장이 화장장 협의회에서 빠져버린 거예요. 2018년 시장이 돼서 다시 끼워달라고 사정했죠. 함께 추진한 5개 시 모두 의회를 통과해야 하잖아요.” 최 시장은 놓친 4년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울분을 토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일자리 창출 등 구체적 이익을 제시하며 부지를 공모한 끝에 2021년 안양에서 가장 가까운 함백산 추모공원이 개장했다.
“님비(NIMBY) 현상을 극복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장례 수요가 폭증했을 때 이거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죠. 지금까지 안양시민 8천 명 정도가 이용했어요. 화장비용이 16만원이에요. 이거 없으면 3일장 못합니다. 이 시설이 안양시민에게 금전적, 심리적으로 큰 위안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박달 탄약고 지하화와 박달스마트시티 조성
탄약고 지하화는 안양시 발전의 전환점이자 대표적인 전략사업으로 꼽힌다. 최 시장은 국방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하화라는 해법을 끌어냈다. 지상 공간은 복합문화공간과 스마트시티로 재편되며, 안양의 미래 성장 거점 ‘박달스마트시티’ 조성이 본격화됐다. 이 사업은 국방 안보와 지역개발을 융합한 혁신적인 도시계획 모델로, 향후 수도권 남서부권을 대표하는 미래 도시로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안양,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46%
안양시는 여성친화도시로 2012년, 2017년, 2023년 세 차례 지정됐다. 2013년부터 운영해 온 실내 보육과 놀이공간인 ‘아이사랑놀이터’는 대표 정책 중 하나다. ‘슬기로운 아빠육아학교’를 통해 아버지의 양육 참여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작년 양성평등기금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중년 남성을 위한 요리교실’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22년 도내 최초로 시행한 ‘안양형 여성친화기업 인증제’는 민간 부문까지 성평등 가치를 확산시켰다. “여성 경력단절을 막고, 성차별적 채용과 인사운영을 개선하고, 남성의 육아참여를 독려하면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사업이죠.” 그간 총 29개소가 협약을 맺었고, 올해도 여성친화기업을 발굴 중이다.일자리 정책도 놓치지 않았다. 안양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중심으로 작년에만 여성 약 2600명이 재취업과 창업에 성공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역할을 단순노무, 서비스, 교육에 국한하지 않고 AI 같은 신기술 기반의 직업훈련도 도입해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요.”
가족 돌봄 정책도 각별하다. “긴급한 상황에도 언제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24시간 시간제 보육을 운영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경기도 전체가 안양 모델을 따르고 있어요.”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누구나 돌봄사업’도 올해 새롭게 시작했다. 치매 어르신 등 150명을 돌볼 수 있는 ‘시립치매전문요양원’도 곧 건립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안양시의 5급 이상 여성관리직 비율은 118명 중 46명(39%)이다. 4급 이상은 6명(46%)에 달한다. 올해 여성 공무원 승진 비율도 남성을 능가했다. 작년 5급 승진자 중 56%, 6급은 67%가 여성이다.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성평등 골든벨’도 2023년부터 시작했다. 여직원 수가 더 많아짐에 따라 작년 3월 ‘양성통합당직’도 전격 도입됐다.
행정혁신의 동력...공무원 노조와의 대등한 파트너십

한 때 강성으로 유명했던 공무원 노조와의 상생도 주목할 만하다. 최 시장은 “문제가 생기면 정무직인 내가 책임지면 된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 폐쇄됐던 공무원 노조 사무실을 재개방했다. “노사는 상호 존중의 대등한 관계에서 출발해야 해요. 시(市) 깃발 옆에 노조 깃발을 세우고, 시청 현판 옆에 공무원 노조 현판을 함께 단 것은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죠.”
안양시는 2017년부터 8년 연속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혁신평가 우수기관에 선정됐고, 2023년과 2024년에는 2년 연속 ‘혁신 최우수기관’ 성과를 이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도 2022년 기준 1등급을 획득했고, 최근 6년간 1·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복귀 후 청렴도에 가장 신경 썼어요. 공직사회 전체가 함께 이룬 성과입니다.”
6년 연속 청렴도 1·2등급, 8년 연속 혁신 우수기관, ‘다산목민대상’ 수상도

최 시장은 2023년 행정안전부가 수여하는 지방정부 최고상인 ‘다산목민대상’을 수상했다. 지방행정 혁신과 주민 중심의 우수 시정 운영을 인정받은 결과다.
안양의 균형 발전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시청사 이전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입지 좋은 시청 부지를 내주더라도,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선(先) 기업 유치 후(後) 청사 이전 원칙 아래, 인센티브 방안을 정비하고 올해 하반기 입주기업 공모를 앞두고 있다. “이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유망한 기업이 안양을 두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 말미, 최 시장은 다시금 정치의 본령을 강조했다. “정치는 결국 진심입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고,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이뤄내는 게 제 역할입니다.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습니다.” 최대호 시장의 말은 그의 정책과 시정 전반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안양은 지금, 새로운 기준의 도시로 도약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