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지자체장에게 'W'가 묻다] ➇ 이재준 수원시장
전국 최초 거버넌스 행정모델 추진
여성친화도시로 국무총리상 수상
성별영향평가 경기도 표창도
성평등 전문관·지원관 임용
비서실장·공보관 등 주요 보직 여성 등용
5급 여성 관리직 비율 44.4%, 6급 56.1%

이재준 수원시장, 대한민국 특례시 시장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수원시
이재준 수원시장, 대한민국 특례시 시장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수원시

수원시는 인구 100만이 넘는 대한민국 특례시 중 인구가 123만 명으로 가장 많다. 수원시 공무원 수는 3710명, 예산 규모는 3조 741억 원(2024년)에 달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이재준 시장은 민선 8기 전반기를 수원의 경제 활력을 되살리고 미래발전 기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왔다. 무엇보다 ‘새빛톡톡’ 등의 행정 혁신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면서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도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17일 민선 8기 전반기 주요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을 듣기 위해 수원시청을 찾았다.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 시정 슬로건에는 도시정책 전문가인 이재준 시장의 철학과 시정 운영 방향이 압축돼 있다. 이 시장은 민선 8기 후반기에 돌입하면서 민생과 경제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수원 대전환’을 선언했다. 대전환은 시민을 중심에 두고,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새빛’ 시리즈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

시민참여 플랫폼 ‘새빛톡톡’, 민원혁신 공간 ‘새빛민원실’,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수원형 통합 돌봄 시스템 ‘수원새빛돌봄’, 노후주택 집수리 지원 ‘새빛하우스’, 중소·벤처·창업기업 지원 ‘수원기업 새빛펀드’, 중소기업 저금리 지원 ‘새빛융자’ 등 ‘새빛’ 브랜드·정책마다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초선 시장이 재직 2년 만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살아온 이력이 설명한다. 도시계획 설계 전문가로서 2011년부터 5년간 수원시 제2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도시의 주인을 시민으로 만드는’ 전국 최초의 거버넌스 행정모델을 실험했다. 당시 낯설었던 ‘수원시 도시정책 시민계획단’, ‘주민참여 마을계획’, ‘마을 만들기’, ‘주민참여예산제’ 등의 정책이 이젠 전국적으로 보편화됐다. 수원시 ‘시민계획단’은 ‘UN 해비타트 대상’을 받았고,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모범 사례로 실렸다.

도시정책 전문가로서 수많은 정책성과가 있지만 시민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이 시장은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하는 부시장이었지만, 수원 시민들에게 “일을 잘 한다”는 인식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비수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원시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에도 이 시장에게는 여전히 수원 태생이 아니라는 공격이 따라다닌다.

이재준은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나 경북 포항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1983년 성균관대 조경학과(수원캠퍼스)에 입학한 이후 수원에 정착해 결혼하고 아이 둘 키우며 40년을 줄곧 살았다. 수원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이 시장이 진짜 ‘수원사람’임을 자처하는 이유다. 2016년과 2020년 수원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두 번 다 공천을 받지 못했다. 수원 시장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수원 시민들의 ‘측은지심’ 덕분이었다고 그 공을 돌렸다.

2024년 조경대상 및 적극행정 등의 상을 받은 수원시 새빛민원실. 전국에서 벤치마킹이 쇄도하고 있다.  ⓒ여성신문
2024년 조경대상 및 적극행정 등의 상을 받은 수원시 새빛민원실. 전국에서 벤치마킹이 쇄도하고 있다.  ⓒ여성신문

수원시청 1층 로비 양쪽에 자리 잡고 있는 ‘통합민원실’과 ‘새빛민원실’은 ‘관공서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으로 5성급 호텔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민원실을 가장 고급스럽고 편안하게 꾸밈으로써 수원시의 최고 주권자는 시민이라는 철학을 민원실에 구현해놨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원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는 기자의 반응에 이 시장은 외관뿐 아니라 복잡하고 어려운 민원을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공무원들이 원스톱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에 시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했다. 온실정원 형태의 새빛민원실은 ‘2024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공공부문 산림청장상, 행안부의 ‘지자체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는 혁신적인 민원시스템 구축으로 1위를 차지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중앙정부는 물론 35개 지자체·기관 관계자가 새빛민원실을 벤치마킹을 다녀갔다.

국회의원에 대한 미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왜 그걸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수원시 행정을 책임지고 정책을 구현한다는 것은 교수로서, 시민운동가로서, 부시장으로 일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원시 주요 정책에 관한 이재준 시장과의 일문일답

'새빛하우스' 누적 700호 집들이에서 이재준 수원시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수원시
'새빛하우스' 누적 700호 집들이에서 이재준 수원시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수원시

-‘새빛’이라는 정책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청년 그룹이 제안해 선정된 ‘수원을 새롭게’만으로는 좀 아쉬워 ‘시민을 빛나게’를 추가해 한 글자씩 땄다. 수원을 ‘새롭게’는 ‘대전환’과 맞닿아 있고, ‘시민을 빛나게’는 대전환의 핵심 주체가 시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자체가 만든 앱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데, ‘새빛톡톡’은 어떤가.

새빛톡톡은 시민 참여·소통 플랫폼으로 23년 7월 오픈 이후 가입 회원이 현재 8만 5천 명을 넘었다. 시민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현했다. 분기별 최대 3만원까지 참여 인센티브를 수원페이로 지급한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젊은 사람들도 열심이다.

-수원의 대표적인 ‘새빛’ 정책 시리즈를 꼽는다면.

‘수원새빛돌봄’은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수원형 통합 돌봄사업이다. 마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며, 주민이 주민을 돕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10월에 시작한 ‘새빛하우스’는 노후 저층 주택의 집수리 비용을 최대 1200만원까지 지원해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금까지 1천호 넘게 지원을 확정했고, 2026년까지 3천호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봄에 참여가구를 모집했는데 2268가구가 신청해 3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소·벤처·창업기업을 성장을 돕는 ‘수원기업 새빛 펀드’와 중소기업에 최대 5억 원을 저금리로 융자하는 ‘새빛융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취임하면서 경제특례시를 강조했다. 그간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

수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재정자립도가 반토막 났을 정도로 경제가 침체됐다. 수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최선의 방법은 기업·투자 유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8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민선 8기 후반기는 더 큰 열매는 맺게 될 것이다. ‘첨단과학 혁신 클러스터’ 조성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대기업·첨단기업을 유치하면 세수가 증가하고 질 높은 일자리가 늘어난다.

-‘수원형 도심 재창조 2.0 프로젝트’도 눈에 띄는데, 그 핵심내용은 무엇인가.

수원의 ‘공간’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핵심사업이다. 노후화된 도심을 ‘더 빠르게, 더 크게, 더 쉽게’ 정비해 미래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 빠르게’는 주민 제안을 통해 2년마다 신속하게 정비구역을 지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더 크게’는 역세권 고밀 복합개발과 소규모 정비사업의 통합 개발을 유도해 사업 면적을 더 크게 확대하고, 용도지역 상향·공공지원 등으로 사업성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주거 안정이 필요한 시민에게는 ‘새빛안심전세주택’을 우선 제공해 좋은 입지에서 저렴한 보증금으로 장기간 살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더 쉽게’는 모든 도심 정비 정책의 중심에 시민을 두고, 어렵고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쉽게 만드는 것이 골자다. 내일도 도시정비사업 시민 전문가를 양성하는 ‘새빛시민 도시정비학교’ 2를 시작한다.

지난 9월 3일에 열린 수원시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 이재준 시장이 함께 한 모습  ⓒ수원시
지난 9월 3일에 열린 수원시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 이재준 시장이 함께 한 모습  ⓒ수원시

-2010년 여성친화도시 지정 이후 주요 성과는.

-수원시가 여성친화도시로 세 번 지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성친화도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행정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성평등전문관’과 ‘성평등지원관’ 2명을 임기제로 채용했다. 2022년에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수원을 새롭고 시민을 빛나게 함께하는 여성친화도시 수원’을 비전으로 5대 목표와 13개 정책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4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여성문화공간 휴’는 대표되는 여성친화 공간으로,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곳이다. 20년의 역사를 가진 ‘여성지도자대학’은 120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료생 중에서 시·도의원이 된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수원 여성 리더회’를 꾸려 각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도약을 위한 우수사례를 꼽는다면.

2017년부터 시작한 성평영향평가 시민 컨설턴트 운영은 성주류화를 위한 시민-전문가-공무원 거버넌스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책 분야별 5개 분과에 소속된 컨설턴트가 성별영향평가 대상사업 선정부터 이행점검, 우수사업 심사 등 시민의 참여로 시민 중심의 성평등 정책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수원시는 22년부터 연속으로 성별영향평가 정부합동평가에서 S등급을 달성했다. 각종 사업 계획, 법령, 정책은 물론 공간 구성, 홍보물 제작, 각종 행사와 사회자 진행 방식까지 성인지적 관점으로 살핀다. 마을안전활동가가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안전을 소재로 책자를 제작하는 활동인 ‘주민이 만드는 마을안전 이야기’와 ‘로스쿨 법률 사무원 인력 양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서실장 등 주요 보직에 파격적으로 여성을 임용한 이유와 그 성과는.

공직사회에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유리천장’을 깨는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다. 여성 공직자의 감성적 지능과 공감 능력이 발휘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 해결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서실장뿐 아니라 대외협력특별보좌관, 공보관, 홍보기획관, 정책기획과장 모두 여성이다. 여성공직자의 주요 보직 임명은 후배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도 된다. 수원시 여성 공무원이 2271명으로 전체 공무원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여성공직자에 대한 동기부여는 수원시 공직사회 발전의 추진력을 더해줄 것으로 믿는다.

-여성 관리직 현황을 살펴보니 4급 여성 비율은 낮다. 특단의 대책이 있는가.

취임 이후 고위직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주요보직에 여성을 임용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수원시도 무척 보수적인 곳이라 여성들에게 역사적으로 누적된 차별이 있을 수 있다. 4급의 경우 승진 후보 4배수에 들어온 여성이 드물었다. 현재 있는 4급 여성 2명도 모두 개방직이다. 5급 여성 비율은 44.4%이고, 6급은 56.1%로 이미 절반을 넘었다. 5급은 물론 6급의 경우에는 여성들이 거의 주요 보직을 다 맡고 있다. 머지않아 4급 여성도 늘어날 것이다.

민선8기 2주년을 맞아 이재준 수원시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수원시
민선8기 2주년을 맞아 이재준 수원시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수원시

 

-민선 8기 남은 기간 동안 수원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

수원은 지금 세 번째 대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첫 번째 대전환은 1796년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성하고 수원을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만들었을 때다. 그로부터 153년 후인 1949년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할 때가 두 번째 대전환이었다. 세 번째 대전환은 지금이다. 수원형 도심재창조 2.0 프로젝트’와 광역철도망 구축을 중심으로 한 ‘공간 대전환’, 환상형 클러스터와 서수원 경제자유구역으로 이뤄내는 ‘경제대전환’, 새빛하우스 등 시민밀착형 사업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생활대전환’으로 수원 대전환을 이끌겠다.

지난해 수원시정연구원이 18세 이상 시민 2천 명을 대상으로 삶의 현황, 시정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하는 ‘2023 수원서베이’를 했다. 시민의 70%가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고, 수원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78.5%였다. 시정 만족도는 77.1%였는데,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시민이 빛나는 도시, 시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도시,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제가 가진 모든 역량, 열정을 발휘하겠다. 과거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도시 대전환을 이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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