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지자체장에게 'W'가 묻다] ⑪류경기 중랑구청장
교육경비보조금 18년 38억에서 올해 140억원
서울·수도권 4년제 대학 진학률 18년 24%에서 올해 44%
여성친화도시 추진 중...여성 관리직 5급 55.7%, 4급 57%
교육·문화·복지·경제 아우르는 자족도시 도약

한때 서울 외곽 주거지로 인식됐던 중랑구가 ‘나의 자랑, 우리 중랑’ 슬로건에 걸맞는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민선 8기 주민 공모로 선정된 이 슬로건은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담고 있다.
‘나의 자랑’은 교육·문화도시로의 도약에 대한 주민의 자부심을, ‘우리 중랑’은 화합과 상생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민선 7기부터 중랑구를 이끌고 있는 류경기 구청장은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책임지는 일은 곧 도시의 미래를 여는 일'이라는 철학 아래, 교육을 구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여성신문은 지난 4일 구청장실에서 류 구청장을 만나, 중랑구가 추구하는 변화와 그 구체적인 실현 과정을 직접 들었다.
교육경비 확대와 인프라 확충, 서울·수도권 4년제 대학 진학률 올해 44%로 상승
류 청장은 민선 7기부터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교육경비는 2018년 38억 원에서 올해 140억원, 내년에는 160억원까지 확대된다. 서울 자치구 중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학교시설과 교육 기자재 개선으로 아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학습과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려운 재정 형편에 그렇게 몇 년을 쏟아부어도 변화를 체감하기가 어려웠어요. 이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요.” 서울·수도권 4년제 대학 진학률이 2018년 24%에서 올해 44%까지 상승했다. “지난 7년간 행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변화의 결과입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교육 인프라도 지역 곳곳에 확충했다. “서울시 자치구 중 최대규모인 방정환교육지원센터는 2021년 개관 이후 20만명 넘는 학생들이 찾았고, 오는 11월에는 제2센터가 문을 엽니다. 서울에서 두 개의 교육지원센터를 보유한 유일한 자치구가 되는 셈이죠.” 청소년문화예술창작센터·미디어센터·환경교육센터도 마련했고, 천문과학관은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도서관 43개에서 79개로 확대
책 읽는 문화를 확산하며 평생학습의 기반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중랑구는 43개였던 도서관을 79개로 확충하고 상호대차 서비스도 활성화해 누구나 원하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은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공부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가장 공정한 배움의 공간이죠. 앞으로도 새로 짓는 공공시설마다 도서관 설치를 우선 검토하고 지역별로 특성화할 예정입니다.”
류 청장은 매월 2개의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한 개는 관내 기관 센터장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갖는 독서 모임이고, 다른 하나는 관내 각종 독서동아리에 미리 책을 읽고 참여하는 방식이다. 구청에선 독서동아리에 연 4십만~8십만원을 차등 지원한다. “얼마 전에도 도서관 관장님들 만나 독서동아리 활성화와 독서토론 리더 양성을 부탁했어요. 독서동아리가 천개 쯤 만들면 좋겠어요. AI 시대에는 독서 역량이 시민의 경쟁력이에요.”
주민과 함께하는 소통 행정 – “답은 현장에 있다”
주민과 함께하는 소통 행정에도 힘을 쏟아왔다. ‘중랑마실’이 대표적이다. “책상 위 보고서보다 주민 목소리에 해법이 있어요.” 지금까지 265회를 돌며 8천명이 넘는 주민을 만났다. 교육환경 개선, CCTV 설치, 상권 활성화 같은 성과가 여기서 나왔다. “때로는 작은 요구가 큰 변화를 만들어요. 주민의 생활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 행정의 첫걸음이죠”
매주 수요일 새벽에는 주민과 함께 빗자루를 들고 골목을 청소한다. 지금까지 170회, 5500여 명이 참여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주민과 대화하면 현장의 답이 보입니다.” 이 활동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주민과 구청장이 함께 걷는 상징적 행위로 자리 잡았다. 직통문자 제도도 운영 중이다. 주민 불편을 직접 받고, 바로 대응한다. 지금까지 2800건 넘게 접수됐다. “정책은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거에요. 불편을 바로 듣고 해결할 때 신뢰가 쌓입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장미축제는 2년 연속 300만 이상이 찾는 전국적 명소가 됐다. 류 청장 취임 이후 중랑 서울장미축제는 눈에 띄게 변화하고 발전했다. “주민들이 기획단계부터 함께하고, 퍼레이드나 공연, 전시까지 주체가 됩니다. 올해만 7천명 이상이 참여했고, 경제효과는 203억원에 달하는 직접 경제효과가 창출됐어요.” 5km에 달하는 국내 최대 장미터널과 1000만 송이 이상의 장미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와 함께 새로운 문화공간이자 휴식처인 ‘중랑장미카페’도 만들었다.
여성친화도시 추진 중...여성관리직 비율 5급, 4급 모두 과반 이상
중랑구는 민선8기 핵심공약으로 여성친화도시를 추진 중이다. 작년 「여성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해 지역특성과 여건을 반영한 실행계획을 마련해 행정 전반에 성평등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행정 조직, 특히 인사 분야에서 성평등은 일상 문화로 자리잡았다. 전체 직원 1461명 중 여성은 56.2%다. 구청 내 주요 직급 중 6급 여성 비율은 58.3%, 5급은 55.7%, 4급도 7명 중 4명으로 57%로 모집단 비율을 넘어섰다.
지역 여성의 경제활동을 위한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랑의 주력 산업인 패션봉제업은 공식 등록 업체만 3천개로, 여성 종사자 비율이 56%에 달한다.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기술 교육과 창업 지원을 하기 위해 패션봉제창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7월 중랑패션지원센터가 완공되면 기획부터 생산·유통까지 원스톱 지원체계가 구축돼 여성 고용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민선7기 공약 중랑성평등활동센터...전액 구비 운영
중랑성평등활동센터는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2022년 문을 열었다. 성평등 교육과 문화사업, 여성활동 지원,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사회에서 성평등 활동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4년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긴 뒤 전액 구비로 운영하고 있어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성평등은 반드시 지켜야 할 시대적 가치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죠.”

센터는 지역 기반의 연결망을 형성해 다양한 성평등 활동을 이어간다. 주민이 직접 의제를 발굴·실행하는 ‘우리동네 젠더스쿨’은 대표 프로그램이다. 활동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주민들의 자조모임인 ‘이화성’(2번째 화요일에 만나는 성평등 모임)도 활발하다. 방문간호사·돌봄 종사자·이주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활동가들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찾아가는 교육’은 작년에만 9회 진행했다. 올해는 주민자치회 위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약자와 여성을 향한 혐오 폭력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류 청장은 “성평등이 곧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성평등활동센터가 지역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일자리·주거 어우러진 완전한 자족도시로의 도약
중랑의 비전은 자립형 경제도시 즉 자족도시로의 도약이다. 신내3지구 지식산업센터에는 이미 6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5천여 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올해 착공 예정인 중랑창업지원센터 복합화사업은 청년창업과 미래 신성장 산업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신내·양원지구 개발이 마무리되면 1천개 기업과 1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주택·도시개발 역시 중요한 축이다. 서울시 모아타운 14개소를 포함해 총 27개 주택개발 후보지가 지정돼 사업이 진행중이다. “GTX-B 노선 착공, 면목선 경전철 사업이 본격화되면 중랑은 동북권의 교통 허브가 될 거에요. 여기에 면목행정복합타운, 신내차량기지 복합개발, SH공사 본사 이전까지 더해지면 중랑은 일자리와 주거가 어우러진 완전한 자족도시로 성장할 겁니다.”
‘중랑 동행 사랑넷’...주민 주도 복지

‘중랑 동행 사랑넷’은 “40만 구민이 40만 구민을 돕는다”는 비전을 담은 주민 주도형 통합 복지 플랫폼이다. “8개월 만에 참여자가 1만명을 넘었어요. 받은 분이 다시 기부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출범 초기부터 현재까지 335개 사업에 1만명 넘게 함께했고, 복지 리더 양성 과정에 37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서울의료원, 북부병원, 녹색병원, 건국대병원 등의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질적인 의료 지원도 연결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 7월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혁신적 복지 모델로 인정받았다. “중랑 동행 사랑넷은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주민의 따뜻한 인정과 공동체 정신을 제도화한 플랫폼이에요. 앞으로도 더 많은 주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체계를 보완하고, 나눔 문화를 확산해, 주민 모두가 체감하는 중랑다운 복지를 만들겠습니다.”
■ 류경기 중랑구청장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1961년 전남 담양 출생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서울시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시청에서 기획담당관·경영기획관·한강사업본부장·행정국장·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역임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중랑구청장에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해 ‘현장 중심 행정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