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도서 결제에도 소득공제 안돼… “사업자 책임 강화해야”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을)이 인터파크 티켓과 카카오에서 지난해 약 55만 건의 문화비 소득공제 누락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실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을)이 인터파크 티켓과 카카오에서 지난해 약 55만 건의 문화비 소득공제 누락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실

국내 주요 온라인 티켓·도서 유통 플랫폼인 인터파크 티켓과 카카오에서 지난해 약 55만 건의 문화비 소득공제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공연·도서 등 문화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피해를 입었으나, 사업자 측의 책임이 불분명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을)은 인터파크 티켓에서만 약 41만 건,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00억원 규모의 문화비 소득공제 누락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4년 5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PC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 중 일부가 시스템 오류로 인해 문화비가 아닌 일반 결제로 처리된 것이다.

같은 해 카카오에서도 14만 건, 약 28억원어치의 문화비 소득공제 누락이 발생해, 두 기업에서만 총 55만 건의 누락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문화비 소득공제 제도 시행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누락 사건이다.

문화비 소득공제는 △공연 △도서 △박물관·미술관 입장권 △신문 구독료 등 문화 소비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 100만원 한도 내에서 추가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결제했음에도 소득공제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책임 회피하는 플랫폼…소비자 대응 미흡

인터파크 티켓은 문제가 발생한 후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대응은 미흡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1일, SNS를 통해 문화비 소득공제 누락 사실이 확산됐으나, 인터파크 티켓은 자사 사이트에 공지사항을 게재하는 것 외에 개별 안내를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고객센터로 문의했지만, 상담원 연결 없이 자동 문자 응답 후 통화가 종료되는 등 제대로 된 대응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인터파크 티켓 서비스 운영사인 놀유니버스는 “문제 인식 직후 패치 개발을 완료해 현재는 정상 작동 중”이라며 “앞으로 결제 모듈을 통합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누락 사태에 대해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할 법적 의무는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사업자가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 조항이 없어, 피해 보상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도 미흡한 실정이다.

쿠팡도 소득공제 대상 아냐…소비자는 모른 채 피해

플랫폼 사업자가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 사업자로 등록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도서 및 전시회 티켓을 판매하면서도 문화비 소득공제 적용 업체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도서를 구매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쿠팡은 2020년 기준 도서 매출 25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4위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책 한잔’, ‘커피한권’ 등의 상표를 출원하며 도서 판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비 소득공제는 지원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훈식 의원은 “대형 플랫폼을 이용하는 만큼 문화비 소득공제가 자동으로 처리될 것이라 믿는 소비자가 많았을 것”이라며 “공연 예매 1위, 도서 판매 4위 업체가 소득공제 정보를 누락하거나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피해를 피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 확대…소비자 보호 강화 필요

올해 7월부터 문화비 소득공제 대상이 확대되면서 수영장, 헬스장 등 체육시설 결제 건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문화비 소득공제 등록 사업자가 약 2만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기존보다 3배가량 증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강 의원은 “문화비 소득공제 제도가 소비자 권익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며 “우선 문화비 소득공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와 피해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의원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연계 선예매 제도가 티켓값 인상 요인이 된다고 지적해 공정위의 실태조사 약속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 문화산업 정책은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비자 보호가 소홀해질 수 있다”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한국소비자원 등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