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2023 페미사이드’ 보고서 발간
지난해 전 세계서 8만5천여명 살해돼

지난해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140명의 여성이 가족과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로부터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여성기구(UN Woman)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25일(현지시각) 발표한 ‘2023 페미사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8만5천여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이 가운데 60%인 5만1천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 혹은 가족으로부터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10분당 1명꼴로 여성이 파트너와 가족으로부터 살해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살해된 피해자의 80%는 남성으로 여성(20%)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가족 등으로부터 살해당한 비율은 여성(60.2%)이 남성(11.8%)보다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가정이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공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친밀한 파트너와 가족에 의한 여성 살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아프리카로, 지난해 2만1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시아(1만8500명)와 아메리카 대륙(8300명), 유럽(2300명), 오세아니아(300명)이 뒤를 이었다.
인구 10만명당 희생자 수 역시 아프리카가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메리카 대륙(1.6명), 오세아니아(1.5명), 아시아(0.8명), 유럽(0.6명) 순이었다.
시마 바후스 유엔 여성기구 사무총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불가피한 문제가 아닌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며 “강력한 법안과 데이터 수집 체계 개선, 정부의 책임성 강화, 여성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 오는 2025년 베이징 선언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전 세계 지도자들이 이 위기를 끝내기 위해 긴급하게 행동하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 선언은 1995년 9월 제4차 유엔세계여성회의에서 발표된 선언문으로, 전 세계 189개국에서 채택됐으며 이후 각국의 양성평등 정책의 기초가 됐다. 특히 미국 대표로 참여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인간의 권리는 여성의 권리이고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라고 발표한 연설은 전 세계 여성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가다 왈리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소장은 “이번 페미사이드 보고서는 가해자 처벌 그리고 생존자를 위한 안전하고 투명한 신고 체계 등 강력한 형사사법체계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동시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지속시키는 성별에 따른 편견과 권력 불균형, 해로운 관습에 맞서고, 이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