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입법 방향 토론회’

지난 3일 부산에서 ‘교제 살인’이 또 발생했다. 20대 남성이 재결합을 요구하며 전 연인을 살해했다. 피해자는 경찰에 3차례나 신고를 했지만, 끝내 가해자에 숨졌다. 지난 5월 20대 남성이 교제하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강남역 교제살인’ 이후 대책이 쏟아졌으나 여전히 여성들은 죽어서야 이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제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친밀한 관계’를 규정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관련 입법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 담당자와 젠더 폭력 연구자, 담당 부처 전문가 등이 자리에 모였다.
현재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제재하는 대표적인 법은 가정폭력처벌법(약칭)이다. 그러나 가정의 유지·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 실질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있지 않다는 점, 사실상 혼인·혈연·입양 외의 친밀한 관계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오랫동안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22대 국회는 개원한지 3개월 만에 총 3건의 ‘친밀한 관계 내 폭력’과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7월 정춘생 의원은 ‘가정폭력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부 개정법률안’을, 소병훈 의원은 ‘가정폭력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김미애 의원은 ‘교제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을 대표 발의했다.
발제를 맡은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스토킹범죄, 로맨스스캠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에 대한 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며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은 성폭력범죄의 처벌법, 스토킹범죄는 스토킹처벌법상 범죄, 로맨스스켐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지만,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가정폭력범죄는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현행법상 범죄로 구성하지 않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에 대해서도 별도로 국가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반의사불벌조항 적용 배제조항, 현행법상 존속관계에서 가중되는 범죄의 경우 동일하게 가중처벌 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전면 개정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박예림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지난 5월 여성신문이 단독보도한 ‘밀덕 단톡방 성희롱’사건 피해자는 벌금 100형을 받았지만, 정작 가해자는 30만원 처분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다각도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피해자가 개별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혼인 및 혈연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는 다양한 친밀 관계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 이슈를 포괄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 제한되지 않는 방식으로 친밀한 관계의 범위를 재검토하여 친밀 성에 기반한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어 “결혼 여부와 이성애 정상 성에 제한되지 않는 방식으로 젠더기반폭력으로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고, 현행 수립돼 있는 관련 법안 및 정책에 대한 통합적인 검토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연방법전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은 ‘로맨틱(romantic)하거나 친밀한(intimate) 사회적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으로부터의 폭력’으로 정의된다. 데이트 관계의 존재 여부는 (A)관계의 기간, (B)관계의 유형, 그리고 (C)데이트 관계에 연루된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의 빈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