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
교제폭력 관련 발의, 반의사불벌 적용 배재·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삭제
교섭단체 요건 완화·결선투표제 도입·국고보조금 배분 개혁 필수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 ⓒ정춘생 의원실 제공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춘생 의원실 제공

여성·가족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더 응원해 주진 않아요. 오히려 정책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욕하는 사람도 너무 많죠. 다른 법안보다도 여성 관련 법안을 만들 때는 한 번 더 설명하고, 설득해야 돼요. 하지만 모든 일은 다 쉽지 않으니까요.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는 ‘여성·가족 정책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한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성국 대외협력부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여성가족 전문위원, 민주당 여성국장 등을 지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직국장에 임명되며 정당 사상 첫 여성 조직국장이라는 수식어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 등을 거쳐 올해 조국혁신당에 합류했다.

민주당 당헌에 명시된 ‘30% 여성 의무공천’, ‘전국대의원 50% 여성 의무화’, ‘여성 가산점 20%’ 등은 그가 여성국장 재임 시절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투쟁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때로는 여성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가 목소리를 내기만을 기다리는 세간의 기대로 어깨가 무겁지는 않을까.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같은 기자의 질문에 “어쩔 때는 부담도 되죠.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해야 하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주위에 도움도 요청해야죠”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27년 간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나 조국혁신당에서 새롭게 출발한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전히 여성·가족 전문가로 누구보다 바쁘게 국회를 뛰어다니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교제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성 정책 전문가로 관련 의정활동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 조국혁신당 일원으로 교섭단체 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 개선 등 정치개혁에도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춘생 의원실 제공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춘생 의원실 제공

다음은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계기가 궁금하다. 

“젠더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문제는 여성가족 전문위원 시절부터 쭉 다뤄왔던 관심 있는 주제였지만, '거제 교제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경찰에 신고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어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보도를 보고 분노했다. 

교제폭력은 언론에 보도될 만큼 큰 사건이어야 관심을 갖는 주제라 입법이 필요하다. 경찰청 통계를 살펴봐도 지난해 교제폭력 신고건수는 7만7천건이 넘는데, 현장에서 종결되는 사건이 대부분으로 상당수가 입건도 안된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도 신체적 폭력으로 인한 상처나 흔적이 없으면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한다는 것이다. 입건된다 하더라도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종결된다. 

거제 교제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11번이나 신고했다. 11번 신고를 하면 경찰은 당연히 임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또 방어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치게 되면 쌍방폭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장에서 매뉴얼도 없고, 대응도 안되고 있다. 국회에서 계속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교제폭력과 관련해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닌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친밀한 관계라는 것은 결혼만 안 했다 뿐이지 연인 관계이거나 사실상 동거인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폭력이라는 범주를 조금 더 넓게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반의사불벌 적용을 배제하고,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내용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 최근 유튜버 쯔양이 교제폭력의 피해자였던 사실을 고백하면서 교제폭력 문제가 더 대두되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국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알면 용기를 내서 더 잘 싸울 수 있지 않을까. 법적으로 규율이 안 되고, 처벌이 제대로 안되니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또 이를 악용한 사이버렉카가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2차, 3차 가해를 하고 있다. 교제폭력뿐만 아니라 사이버렉카들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분도 법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 현재 많은 의원이 교제폭력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왜 진작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가해자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지나치게 법적으로 규율하면 범죄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논리가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때도 그렇고 항상 작동한다. 몇 명 죽어나갈 때는 문제라며 활활 타오르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막상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법 개정은 한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춘생 의원실 제공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춘생 의원실 제공

- 22대 국회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다. 혁신당 의석수는 12석으로 비교섭단체다. 비교섭단체로 정책을 관철하는 데 한계가 많다. 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교섭단체의 입장만 보도가 되고, 혁신당의 입장은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섭단체 요건을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해야 한다. 20석은 과거 유신정권 때 만들어진 기준이기도 하다.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두 입장만 대변되면서 우리를 지지해준 24.25%(비례정당 득표율)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가 없다는 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개혁 과제다. 교섭단체 요건을 반드시 완화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도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는 국고보조금의 50%를 교섭단체에 배분하고, 나머지는 의석수에 따라 배분을 하고 있다. 이는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고, 다양한 소수 정당을 키우는 것이 아닌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정책적으로는 돌봄 문제에 관심이 많다. 아이, 어르신, 장애인,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의 80~90%가 여성인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행복한 세상을 꿈꿀 수 없다. 돌봄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분담을 해야 여성들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 돌봄은 여성의 문제가 아닌 남성도 함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버지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돌봄청년)와 관련해 안 좋은 사례들이 보도가 되고 있다. 영 케어러 지원법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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