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조 3808억과 위자료 20억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판결이 나오면서 재판장인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65생인 김 부장판사는 1990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등을 지냈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가사 전문성이 많은 법관”이라며 “실무뿐만 아니라 법리 정립에도 깊은 관심이 있는 판사”라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서 김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유책 배우자에게 높은 위자료를 선고한 것, 특유재산에 대해 여성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은 기존 판결을 뒤엎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유책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로 2억 원을 판결한 바 있다. 드문 판결이었다. 이전의 다른 판결들은 유책 배우자가 내는 위자료가 3천만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유책 배우자에 대해 "우리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도 등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지속적으로 이뤄진 고의적인 유책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런 논리는 이번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재판부는 1심의 20배에 달하는 위자료를 산정한 배경에 대해 “혼인 관계 파탄 사유와 기간, 노 관장의 정신적 고통, 최 회장의 태도 등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 관장과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김 이사장이 유사 배우자 지위에 있는 태도를 보이며 상당기간 부정행위를 계속 공식화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엔 특유재산에 대해 여성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은 기존 판결을 뒤엎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혼인 기간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주식 등 재산에 대해 다른 배우자가 유지 등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는 게 타당하다고 이유였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이나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