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정인이 사건’ 문제점 “입양에 대한 양부모의 무의식이 원인”
아동학대 악순환…“현장 사람들의 아동학대 인식 높이고 책임감 가져야”
“아동학대 현장 인력 충원과 면책특권 신설 필요”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본인 제공.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본인 제공.

 

서울시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의 입양 아동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 271일 만에 사망했다. 사망 이후 3개월이 흐른 지난 2일 이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공분이 커졌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데에는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공 대표는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 캠페인(#정인아미안해)을 처음 제안한 주인공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였던 공혜정 대표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13년 발생한 울산 계모 사건이다. 우연히도 피해 아동의 친모가 공 대표의 지인이었다. 가장 공 대표를 분노케했던 것은 계모에게 고작 5년이라는 형벌이 내려진 것이었다. 그는 인터넷 카페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하늘소풍)을 만들어 사건을 널리 알렸다. 카페 회원들과 1년간 활동한 끝에 처음으로 아동학대 범죄에서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가 적용됐다. 울산 계모 사건이 맘카페를 비롯해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하늘소풍에 관심을 갖게 시작했고 카페는 2018년 12월31일부로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됐다.

 

지난해 11월 16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16개월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지난해 11월 16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16개월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이번 정인이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양부모가 ‘입양’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었던 점을 꼽았다.

“원인은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의식 없이 너무나 입양을 가볍게 여긴 데 있다고 생각한다. 입양을 스펙이나 악세사리, 허세와 과시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입양을 한 나는 좋은 사람이다’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정말 키우는 것이 힘들었으면 파양했어야 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보여주기식 입양이었기 때문에 파양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인성이 큰 문제였으나 입양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 세 곳이 아동학대에 부실대응, 아니 무대응했다. 무능력하고 한심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하는 기관들은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 처우개선을 변명으로 들고 나오는데 그러면 왜 그동안 개선사항을 요구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현장에서 단 한 번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촉구하는 것을 본 적 없다.”

-‘정인이 사건’ 이전에도 아동학대로 희생된 아이들이 있다. ‘지호 사건’, ‘개 목줄 어린이 사망사건’ 등 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장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우선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라도 기를 꺾는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많다. 또 ‘아이가 혼자 있으면 어때?’라는 아동학대 인식부족도 있다. 훈육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처럼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법으로 구축돼 있다. 반복되는 악순환은 사람의 문제라고 본다. 법과 제도도 문제지만 현장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은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안 구한 것이다. 사람들의 아동학대 인식이 낮았고 사명감, 책임감, 전문성이 없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본인 제공.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본인 제공.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이 사회적으로 확산됐으나 정인이의 비극을 돈벌이에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와 취재를 하면서 PD가 정인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더라. 처음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일회성 기획을 했다. 협회 회원들이 먼저 ‘정인이 미안해’ 캠페인에 동참해 참여 사진을 방송 마지막에 내보냈다. 방송 당일에는 180여 개의 게시물에 해시태그를 달아 올렸다. 그날 아침 ‘정인아 미안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우리의 기획 의도는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의 사연을 알아주고 가해 양부모뿐 아니라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들이 변화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방송 직후 마치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변질됐다. 자극적인 허위사실로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등장했다. 심지어 굿즈까지 제작해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인이가 유족이 없으니까 고스란히 이런 고통을 당하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제3자의 입장이라 도와주지 못해 화가 난다.” 

-아동학대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경찰과 아동센터도 물론 문제적이지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력 충원이 바로 그것이다. 면책특권도 신설해야 한다. 아이와 즉시분리 조치를 했을 때 몸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면 안 된다. 또한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주거침입을 면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의견 수렴 과정이 있어야 한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 시 아이와 부모를 즉시분리할 수 있도록 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난 10일에도 우리 협회 회원이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정인이 사건’ 이후라 경찰 출동도 빨랐다. 신고를 당한 부모는 누가 아동학대를 했냐고 전혀 개입을 하지 못하게 했다. 경찰의 말도 일리가 있다. 학대를 한 현장성이 있으면 즉시분리를 하는데 아이가 우는 것 외에는 증거가 없었던 것이다. 의심이 있어서 신고가 들어왔을 때 즉시분리를 할 수 있는 법이 근거로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단법인을 만든 이유는 교육 때문이었다. 우리도 어렸을 때 교육을 받지 않으면 관습에 묶여 사는 것처럼 부모, 전문가, 가해자, 아동자신들도 교육을 끊임없이 받아야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지원도 계속할 것이지만 교육센터를 지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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