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양의 묘역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인양의 사진과 편지가 놓여 있다. ⓒ홍수형 기자
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양의 묘역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인양의 사진과 편지가 놓여 있다. ⓒ홍수형 기자

‘양천 입양아동 사망사건’을 다룬 방송 이후 온 국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신기하게도 국회의원들은 방송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법안들을 수십 개 만들어 발의했고 법 개정까지 했다.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관계장관회의도 열렸고 내주 중 종합 대책을 확정해 발표한다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형량 강화’ ‘즉각 분리’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 등을 주요 대책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이 모든 것이 방송 후 일주일 동안 이루어진 일이다. 그런데 법과 제도가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었을까. 이 대책이면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형량 강화는 아동학대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어 아동학대 범죄를 은폐시키게 되고, 실무상 재판에서 엄격한 입증이 요구되고 무죄의 위험도 커지게 된다. 이미 아동학대가 엄청난 범죄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량 강화는 아동보호의 측면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고, 분노한 민심을 달리는 정도의 효과만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양형기준을 정리해서 실질적으로 저지른 죄에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이 시점에서 형량 강화는 아동학대에 대한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즉각 분리는 어떨까. 아동학대 2회 신고를 이유로 피해 아동을 부모와 즉각 분리해서 떼어놓도록 하는 것이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이 될까. 2014년 울산과 칠곡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당시 경찰은 ‘3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가해자는 즉시 구속수사를 하는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고 아동학대 사건은 일선 경찰서가 아닌 지방 경찰청별로 설치된 전담 수사팀을 통해 전문적인 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2회 신고 시 즉각 분리는 이미 아동복지법 제15조에 신설돼 올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는 아동학대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규정이다. 아동이 분리돼서 갈 마땅한 쉼터가 현재 매우 부족하고, 분리된 아동에게 맞는 지원과 서비스도 없을 뿐 아니라, 아동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불안하기만 할 뿐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반면 가정복귀의 경우 재학대의 위험은 오히려 더 커지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장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에 역행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현장 종사자의 덕목은 ‘해당 아동에 대해서 이전에 신고가 몇 번 됐는지 잘 파악하기, 2회 신고 시 출동해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단호하게 분리해오기, 전화를 여기저기 많이 걸어 아동이 거주할 수 있는 자리가 남은 쉼터 잘 찾기’가 될 것이다. 현장 종사자의 판단이 의미 없게 되면서, 전문성을 키울 이유도 없게 될 것이다.

또 664명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배치된다고 하나, 선발 후에 집중적 교육과 공통으로 적용되는 매뉴얼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가지도록 해야 하고, 다양한 양육지원 서비스, 경제적 지원 서비스, 심리지원 및 치료 서비스, 다른 복지제도와의 연계, 민간자원의 동원 등이 가능해져야 할 것이다.

사실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이 현재 현장에서 작동되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종사자들의 전문성 부족 및 소통 문제, 쉼터·후견인·서비스 등 인프라 열악, 정부 정책·조직 인사·자원배분 등에 있어서 아동인권이 우선시되지 못하는 현실, 아동보호의 기본이자 출발점인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조차 도입되지 않은 상황, 임신 출산과 양육지원의 불충분, 아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문화되지 못한 보건복지부의 역량, 중장기 계획도 없이 사건마다 복붙(복사-붙여넣기)하는 대책들, 예산과 인력의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지 않은 채 비슷한 사건과 대책이 반복되는 점이 문제라 할 것이다.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도가 무엇이 문제인지, 현장은 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지, 현장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제도 개선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할 부처들이 아닌 그 상위기관에서,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차분하고 철저하게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조사된 결과에 따라 함께 고민해 개선안을 만들고, 그 개선안을 받아서 실제 법 제도를 바꾸는 것까지 진행해야 한다.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다. 다시는 우리 아이들을 잃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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