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포럼

스포츠 분야도 성별격차 여전

여성의 체육 참여 늘리려면

미국 교육평등법 ‘타이틀9’

영국 ‘디스 걸 캔’ 캠페인 등

국가 차원의 지원 뒷받침돼야

 

11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6 제2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11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6 제2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늘리고 한국 스포츠의 성평등 증진을 위해서는 미국의 교육평등법 ‘타이틀9(Title 9)’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타이틀9’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6 제2회 미래를 여는 여성체육 포럼이 열렸다. 여성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한국여성체육, 글로벌 스탠다드를 묻다’를 주제로 체육 선진국들의 정책과 실제 사례를 분석해 한국여성체육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 성평등 수준은 144개국 중 116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한국 성평등 수준을 한국 체육에 대입해 보면 수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승부와 결과 중심의 엘리트 체육은 구조적으로 젠더 감수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성평등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한국 체육계에서도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장은 축사에서 “국제무대의 한국 여성스포인의 성과는 놀랄만하지만 그에 비해 스포츠 단체, 코치, 행정 부문에서 여성의 입지는 좁다”며 “이번 포럼을 한국 여성체육의 문제를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하는 서상훈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주제발표를 하는 서상훈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이정실 사진기자

주제발표를 맡은 서상훈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한국 스포츠의 성불평등의 문제를 짚으며 체육계 성평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림픽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 비율은 45% 수준으로 절반에 가깝지만, 국내 여성 등록 선수 비율을 보면 23.3%에 그친다(2014년 한국스포츠개발원).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발표를 보면 생활체육 참여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특히 신체활동이 가장 활발해야 할 10대 여성 10명 중 4명만이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단체의 유리천장도 여전히 견고하다. 2012년 경기단체 전체 임원 1443명 가운데 여성은 88명으로 6.1%에 그쳤다.

서 교수는 여성의 스포츠 참여와 성차별 해소를 통해 △여성의 건강과 복지 증진 △경제발전 효과의 극대화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스포츠의 성평등을 증진하기 위해 미국의 교육평등법 ‘타이틀9’와 영국의 스포츠 참여 촉진 사업 ‘디스 걸 캔(This Girl Can)’ 캠페인을 사례로 제시했다.

미국은 1972년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교내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교육평등법 ‘타이틀9’를 제정했다. 이 법은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교육 활동에 있어 미국 내 있는 그 누구도 성별로 인해 참여를 제한받거나, 혜택이 거절될 수 없으며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이틀9 제정 이후 여고생 체육 참여율이 1079%나 성장했을 정도로 성평등의 획기적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영국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스포츠 참여율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영국체육재단(Sport England)이 주도적으로 디스 걸 캔 캠페인을 벌였다. 모델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이 운동할 때 살이 흔들리고 땀이 흐르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영상과 사진에 담아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캠페인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여성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서 교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여성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사회생활이 가장 활발한 10대에서 30대 여성의 스포츠 활동 참여율이 가장 저조하다”며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기는 것임을 강조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학교체육진흥법 제6조 5항은 오히려 특정성에 대한 차별적 처우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미국의 타이틀9을 벤치마킹한 스포츠 양성평등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오윤선 여성체육학회 회장 ⓒ이정실 사진기자
오윤선 여성체육학회 회장 ⓒ이정실 사진기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오윤선 여성체육학회 회장은 “학교체육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에 참여했는데 실제로 체육교육 현장의 성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며 “다양한 체육활동을 하는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들은 피구나 방송댄스가 대부분이다. 청소년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체육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회장은 “교사의 성별 고정관념과 여학생이 체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 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 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 원장은 “여성들이 체육계 의사결정기구에서 행정 관료로 성장해 고위직에 오르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미 체육계를 주도하는 남성들의 보이지 않는 봉쇄로 인해 여성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원장은 “체육계가 양성평등에 관심있는 다양한 영역들과 손잡고 체육계 내의 성불평등 문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희 대한체육회 부회장 ⓒ이정실 사진기자
신정희 대한체육회 부회장 ⓒ이정실 사진기자

신정희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여성들을 향해 성불평등 구조의 피해자로 남기 보단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될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초로 여성인 파트마 사모라를 사무총장에 임명했고, 대한체육회 4명의 부회장 중 제가 여성으로서 부회장에 선임되는 등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체육계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으로 기회가 늘어난 지금이 여성들에게는 기회다. 더 많은 여성들이 생화체육 현장에 뛰어들어 공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부회장은 “여성 체육인들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대한체육회 정관 명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스포츠 참여 확대를 위한 사업 추진 등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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