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도서출판 ‘봄알람’, 달력 2종 크라우드 펀딩 성황리에 진행
여성주의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는 ‘다몸다양 달력’ 등 제작 계획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페미니스트 굿즈’ 열풍이 부는 가운데 새해를 겨냥한 다양한 ’페미니즘 달력’들도 나올 전망이다.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은 독특한 일러스트, 국내외 여성사와 여성인물 등 기억할 만한 순간과 사람들을 날짜 옆에 기록한 점 등이 눈에 띈다.
페미니즘 도서 출판사 ‘봄알람’은 달력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일제의 수탈에 항거해 1932년 1월 ‘제주잠녀항쟁’을 일으킨 해녀,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 등, 책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을 그린 여성운동 계보 달력을 만든다. 또한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속 캐릭터를 활용한 달력도 만든다. “당신에게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 “잘 모르면 네가 직접 검색하고 와” 등 페미니스트들의 공감을 얻은 책 속 대사가 적혀 있다.
달력엔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 선언문인 ‘여권통문’ 실시일(1898년 9월1일), 남녀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남녀차별금지법) 제정일(1999년 2월28일), 대표적인 민주 노조 운동 사례로 꼽히는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탈의시위’(1976년 7월25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2016년 5월17일) 등 여성·인권 관련, 기념하고 기억할 날들을 기록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오는 12월 1일 마감되는데, 이미 목표액의 195%(약 600만원)을 달성했다.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는 여성의 몸에 대한 여러 담론을 시각화한 ‘2017 다몸다양 달력’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달력엔 불룩 나온 뱃살, 제모하지 않아 털이 난 겨드랑이와 팔다리, 크고 작은 유방 등 있는 그대로의 여성의 몸을 그렸다. “여성의 몸에 의미를 부여하고 통제하려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달마다 다이어트와 화장, 성형수술, 자궁과 임신 중단권, 옷차림 등 12가지 주제를 정하고 어울리는 일러스트와 문구를 넣었다.
한국 최초의 성희롱 민사소송 사건으로 성희롱을 공론화하고 처벌할 계기가 된 ‘서울대 신교수 조교 성추행 사건 손해배상 판결’(1994년 4월8일),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인선발대회에 항의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대회장 앞에서 계획했던 ‘브래지어 태우기’ 사건(1968년 9월 7일) 등 기억할 만한 페미니즘의 역사도 표기했다.
또 월경의 시작과 끝, 피임약 복용일, 섹스일, 배란일, 산부인과 가는 날 등 여성 건강과 관련된 날과 페미니즘적 자신감이 생긴 날(‘임파워링데이’)을 달력에 표시할 수 있는 스티커도 만들 예정이다.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생리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생리축하카드, 여성의 성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보지 팔찌’ 등도 선보인다. 오는 12월7일까지 총 300만원 모금을 목표로 하며, 23일 현재 모금액 110만원을 돌파했다. 페미디아 측은 이 달력을 통해 “과거 페미니즘적 사건과 인물을 기억하고, 나의 여성으로서의 현재를 재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