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시민들.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시민들. ⓒ이정실 사진기자

집회 현장의 차별과 혐오, 모두가 연대해 맞서야

남지은 (덕성여대 4학년)

대통령의 문제, 왜 ‘여성의 문제’로 평가절하하나

최근 참석한 집회에서 한 중년 남성이 “저 X년 빨리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발언자가 박근혜 대통령을 “미스 박”으로 불렀다가 주최 측이 사과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페이스북 댓글 등 온라인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년’ 같은 여성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고 국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을 왜 ‘여자의 문제’라고 하나? 이 문제와 관련해 ‘여성’ 집단을 통째로 평가절하하는 건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다. 

무의식적 여성혐오는 집회에 늘 존재했다. 최근 페미니즘이 이슈로 떠오르면서야 공론화됐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 주목하고 그에 맞서되, 모두 함께 연대해 여성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계속 현장에서 투쟁해야 한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여성혐오적 언행은 옳지 않다고, 그 자리에서 얘기하는 여성들이 더 늘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스 박’ 발언을 했던 사람도 당시 현장에 있던 여성들이 그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기에 자신을 돌아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차별이 일어나는 현장을 피하기만 한다면, 결국 ‘그들’의 웃음거리로 남을 것이다.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여성들이 깃발과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여성들이 깃발과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민중총궐기 현장.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민중총궐기' 현장. ⓒ뉴시스‧여성신문

평등하고 안전한 집회, 왜 중요한 문제인가

정미선 (대학원생)

집회 속 페미니즘 가시화, 매우 기쁜 변화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 지방으로 이동하기 전 집회 장소에서 밤을 새우고 싶었는데, 내가 안전하게 머물 곳이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대규모 인파 속 성추행도, 대통령을 여성으로서 모욕하거나, 여러 페미니즘 연대들이 모인 장면이 구경거리나 ‘도촬’거리가 되는 것도 싫다. 그러나 모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하나의 메시지를 공유한다고 해도, 집회에서 페미니즘적 가치를 훼손당하거나, 불쾌한 일을 겪거나, 참여자들의 정체성을 ‘대의’와 다른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집회 장소에서의 평등과 안전은 가장 중요하며 매우 당연한 문제다. 모두가 엄격하게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20대 ‘어린 여성’이고, 이 정체성 때문에 일상 속에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번 광화문 집회에서 페미니스트·성소수자 깃발을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여성’ 정체성만 주목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단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집회에 목소리를 더하고 싶다. 여성 문제가 의제로 설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액티비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박근혜 정권 퇴진 이후의 사회가 극적으로 변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온라인상의 페미니즘적 문제 제기도 사실 최근에 시작되지 않았나. 최근 젠더 의제나, 집회에서 페미니즘 정체성을 지닌 집단이 가시화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간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좀 더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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