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100년 내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마라”

이재명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 등

평소 편협된 생각 여과없이 표현됐다는 지적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성남시장,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성남시장,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 장애인, 종교인 등이다.

특히 이번 사태 당사자들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광화문 집회 등 공공장소나 온라인 상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여성 전체로 일반화하는 여성혐오 발언이 나오고 있다. 대중을 이끌고 약자를 배려해야 할 정치인들까지 이같은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발언을 단순한 말실수 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9단’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여성혐오적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9일 KBS라디오 공감토론에 출연한 박 위원장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100년 내로는 여성 대통령 꿈도 꾸지 마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박영선 의원과 사석에서 편하게 나눴던 대화를 공중파 라디오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계는 이러한 발언이 한 개인의 문제를 성별의 차원으로 보고 여성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한 여성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 위원장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했던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그런 의도는 아닌데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최순실씨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강남의 무속 여인”이라고 각각 말해 성별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치인들의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로 넘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대표는 “정치인들은 문제를 지적받으면 실수였다, 우연이었다고 해명하는데 무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여성혐오와 비하는 여성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기득권 문화의 특징이자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상수 연구위원은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 종교, 외모 등에 특정 집단이나 유형에 대한 비합리적인 생각에 빗대서 현재의 잘못을 비난하는 것”이라며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음직한 고정관념을 여과없이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누군가의 잘못을 비난하는 것이 평소 자신의 편협한 생각을 정당화해주는 것이 아니다. 의도는 없었다 하는데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게 정치인에겐 더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이끌어나가야 할 정치인이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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