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들로 실내가 가득찬 카페

싱글은 테이블 골라 앉을 자격이 없다고?

싱글은 뭔가 부족하고 측은하다는 건 편견

“일행이 위로 먼저 올라가셨나요?”

“아니요. 혼자 왔어요.”

“혼자 오셨어요?”

“네!”

“아… 저희가 커플 전용 카페라서요. 혼자서는 못 들어오십니다.”

헉! 뭐라고? 무거운 가방 들고 높은 계단을 오른 후 직원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에 기가 막혀 웃음만 나왔다. 친구들에게 욕하려고 카페 사진만 한컷 몰래 찍고 나왔다. 직원에게 화도 조금 내고 싶었지만, 그 직원도 시급 6000원을 받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순진한 학생 같아서 참고 떠났다.

그 후로 삼청동 거리를 걸으면서 혼자서 좀 쉬며 글 쓸 수 있는 카페를 계속 찾았다. 예쁜 곳을 찾았는데 거기도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면 안 될 분위기였다. 그 전날 들어간 카페에서도 조그마한 테이블에 앉으려 했더니 사장님이 “안 돼요. 거기 앉지 마세요~ 여기 앉으세요~” 하면서 완전 좁은 바에 있는 자리를 줬다.

내 작은 일기장도 올려놓고 쓰기 힘든 작은 공간에 앉아 8000원짜리 드립 커피를 씩씩거리며 마셨다.

드디어 텅텅 비어 있는 카페 발견! 직원이 창가쪽 좋은 자리에 앉으라고도 했다. 커플들로 가득찬 사막에 싱글들도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있는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직원은 내가 커피를 시키자 불쑥 묻는다.

“어! 저 분이랑 같이 계산하시는 것 맞죠?”

“어… 아니요. 혼자 왔는데요.”

“아… 혼자 오셨어요?”

“네. ㅠㅠ”

어떤 카페도 원하지 않는 싱글걸! 나에게 힘을 주려고 초코케이크 하나를 시켰다. 주문한 케이크가 나오자 내 눈에 띈 것은 함께 나온 포크 두 개. ‘혼자 온 걸 확인하고도 포크는 왜 두 개를 주는 겁니까?! 혼자 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려고 그럽니까?’

주변 사람들은 옛날부터 나에게 남자 소개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꾸준히 표현해 왔다. 요즘은 엄마가 가장 열정적이다. 멋있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한다.

“사귀어 봐~. 심각하지 않게 재미로 몇 번 만나봐~!”

왜 그러는 걸까? 내가 안쓰러워 보이는 걸까?

최근 미국 코미디언 아지즈 안사리가 쓴 책 『현대 로맨스』(ModernRomance)를 읽었다. 안사리는 그 책에서 ‘소울 메이트’라는 콘셉트를 들여다 본다. 우리 시대는 ‘완벽한 나의 반쪽’, 나를 완성시켜 줄 최고의 운명적인 사랑을 찾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맛집이든 사랑이든 ‘최고’를 찾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완벽한 소울메이트 찾는 일’을 중요한 일로 생각할수록 싱글인 상태는 더 부족하고 측은하게 생각될 수 있다.

나도 애인을 사귀고 싶지만, 나를 완성시켜 줄 사람을 찾진 않는다. 나 자신의 가치와 행복을 다른 사람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요즘 서울에서도 혼자 사는 인구가 엄청 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슈퍼에 가면 혼밥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들도 여러 가지 나와 있는 걸 본다. 그래도 불금에 혼자 저녁 먹으러 출동하면 왠지 식당 안에 들어가기 좀 창피하고 두렵다.

반쪽이 없다고 믿으면 나 자신이 점점 작아질 것 같다. 일기장도 안 들어가는 공간들이 내 자리로 보이고, 혼밥도 숨어서 먹고. 그러기 싫다! 난 계속 씩씩하게 다닐 거다. 서울의 싱글 여러분~ 같이 씩씩하게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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