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필롱카 연출작서 천진난만한 살인마 연기

“감정 없고 차가운 어머니 아이 괴물로 키울 수 있어”

프랑스 감독들 ‘러브콜’ 받는 벨기에 출신 배우

내한 인터뷰 “한국은 처음… 금세 사랑에 빠졌죠”

 

여성감독이 연출한 ‘독살천사’에서 주인공 엘렌 역을 맡은 데보라 프랑소와. 국내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높고 여러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배우다. 영화에선 천진난만한 살인마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여성감독이 연출한 ‘독살천사’에서 주인공 엘렌 역을 맡은 데보라 프랑소와. 국내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높고 여러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배우다. 영화에선 천진난만한 살인마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외로워하며 힘든 일상을 보내던 소녀는 어느날 엄마를 독살한다. 이후 소녀는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거나 요리사 노릇을 하며 37명(추정)을 독살한 희대의 살인마가 된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19세기 프랑스 브르타뉴의 시골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이다. 프랑스 연쇄살인범 엘렌 제가도 이야기다.

평범해 보이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는 무슨 이유로 수십명을 독살한 희대의 살인마가 될 수밖에 없었나. 영화 ‘독살천사’는 프랑스 작가 장 텔레의 원작을 토대로 실존했던 프랑스 연쇄살인범 엘렌 제가도(1803-1852)의 이야기를 스테파니 필롱카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야심찬 데뷔작이다.

국내에서도 장 텔레 장편소설 『천둥꽃』이 출간돼 독서팬들을 사로잡았다. 제가도는 어떻게 죽음의 신 ‘앙쿠’의 현신이 된 것일까? 부모와 형제부터 성직자와 군인, 어린아이, 죽음을 앞둔 노인들까지 그는 가리지 않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섬기는 ‘앙쿠’는 근대성이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당시 브르타뉴 지방의 곳곳에서 실제로 지역민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신화적 인물이다. 영화는 19세기 시대상을 정적인 프레임으로 살려낸 미장센이 돋보이며, 평범해 보이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무슨 이유로 수십 명을 독살한 희대의 살인마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해보려는 감독의 노력이 느껴진다.

여성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엘렌’ 역을 맡은 데보라 프랑소와는 국내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높고 여러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배우다. 영화에선 천진난만한 살인마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최근 내한한 그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의 고통을 어른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데서 영화가 출발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회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성장할 수 없다. 외부에서 볼 때 성장해서 어른이 된 것 같지만 내면은 성장할 수 없는 아이로 남는다. 이 아이는 괴물이 돼 남들을 파괴하고 자기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데보라 프랑소와는 벨기에 출신으로 다르덴 형제의 연출작이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더 차일드’(2005)에서 주인공 소니아역을 연기했고, ‘더 퍼스트 데이 오브 더 레스트 오브 유어 라이프’(2008)로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또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2012) 주연으로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그는 “세상에 가장 무서운 사람은 감정이 없고 무신경한 어머니”라며 “영화에서 어머니는 주인공이 겪는 고통의 근본이다. 공격적이면서 차가운 어머니는 아주 위협적”이라며 말을 이었다. 차가운 어머니를 살해한 어린 엘렌에 대해 프랑소와는 “영화에는 없지만 시나리오에는 어린 엘렌이 부모와 있는데 부모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부모는 어린 엘렌을 구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아이가 부모에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그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성폭력 받는 것보다 더 무섭고 더 잔인하게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엘렌처럼 상처를 받은 아이들에 대해 그는 “영화는 제대로 된 가정의 사랑과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회가 소외된 사람에게 무관심하면 문제가 터진다고 생각한다. 보통 살인자나 테러범 등 어릴 때 받은 상처를 치료하지 않았고 무신경했기에 언젠가는 폭탄처럼 확 터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아시아에 오면 절에 찾아가서 기도를 한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명상을 많이 한다”며 “아시아 대도시를 좋아한다. 일본에서 영화를 찍을 때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처음 온 후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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