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등 14개 여성단체가 29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를 열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등 14개 여성단체가 29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시위’를 열고 종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가 주말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사회진보연대, 성과재생산포럼 등 여성‧인권단체들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를 열었다. 여성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은 3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내 자궁에서 손떼… 국가는 나대지 마라”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 “나의 자궁은 나의 것” 등의 피켓을 들고 보신각을 출발해 종로 일대를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낙태를 죄로 규정하는 한 정부의 처벌강화 정책에 여성이 언제든 볼모로 잡힐 수 있다”고 지적하며 2010년 ‘프로라이프의사회’의 낙태수술 고발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낙태근절 운동을 하던 산부인과 의사 모임인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낙태수술을 한 병원들을 고발하자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한 여성들이 외국으로 ‘원정 낙태’에 나서기도 했다.

 

‘검은시위’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검은시위’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들은 “형법상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여성은 터무니없는 수술 비용을 요구받거나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임신 중단을 죄로 묶어두는 형법의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측은 이날 집회 취지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도 사람들은 ‘못된 모녀와 여자 대통령의 문제’라며 ‘여자가 문제’ ‘아줌마 내려와라’ 라는 식의 여성혐오 발언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여기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그저 출산율이 낮으니까 출산율을 높이려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한다”며 “여성의 몸은 국가의 통제를 거부한다. 국가는 나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검은 시위’는 서울뿐 아니라 대전, 대구, 광주, 진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도 진행됐다.

앞서 정부는 앞서 정부는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를 최대 1년간 정지하는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11월 2일까지 입법예고해 여성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반발에 부딪치자 처벌 강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모자보건법과 별개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폴란드에선 지난 3일 1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수도 바르샤바를 비롯한 전국 도시에서 학교와 직장을 비우고, 집안일을 거부하며 거리로 나와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고 그 결과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폴란드 여성들은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었고, 이들의 시위는 ‘검은 시위’로 이름붙여졌다. 29일 서울에서 열린 시위는 한국판 ‘검은 시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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