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들, 양성평등한 헌법 개정에 나서라
대권 주자들, 양성평등한 헌법 개정에 나서라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10.20 22:41
  • 수정 2017-07-09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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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정치 대표성 높여 실질적 양성평등 이루려면

양성평등 규정 포함된 헌법 개정 절실하다

대선 주자들, 여성의 시각서 여성 문제를 바라보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뉴시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뉴시스

내년 대선이 이제 1년 정도 남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of the people), 국민에 의해 권력이 창출된다(by the people)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데 선거가 선거로써 제대로 기능하려면 국민을 위한 다양한 비전과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for the people). 이는 1863년 게티즈버그에서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이 지구상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연설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대한민국의 대선 과정은 항상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대세론이 난무하고 노풍, 안풍, 반풍 등 특정 바람이 예고 없이 불기도 한다. 현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에 나올지,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지, 대선 전에 개헌이 될지, 제3지대에서 후보가 출마할 수 있을지 등 정치 공학적인 것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정작 대선 이후 우리가 어떤 미래를 만나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다. 그런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여야에서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선 주자들의 인물 자체보다는 그들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리더십 스타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각 당의 대선 후보를 2년 정도의 혹독한 검증을 거쳐 최종 후보로 선정한다. 그 과정에서 후보들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집권하면 어떤 나라를 만들 지 국민에게 상세히 알린다. 동시에 유권자들은 후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통상 이런 요구들은 후보들의 공약으로 집대성된다.

다른 말로 대선 후보와 유권자들 사이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져 맞춤형 공약이 탄생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도 이제 대선을 임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일방적인 공약을 이해하고 평가하기보다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권 후보들에게 우리가 필요한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이런 요구를 요약하면 크게 두 부분으로 집약된다. 하나는 여성들의 실질적인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프랑스는 2000년 ‘남녀동수법’으로 불리는 일명 ‘빠리테법’(laParite)을 제정해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 ‘남녀동수법’ 적용을 받는 모든 선거에서 정당은 남성후보와 여성후보를 동수로 추천해야 한다. 개정된 ‘헌법’ 제3조는 ‘법은 선출직 공무원과 선출직 의원직에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진출하도록 한다’, 제4조는 ‘정당과 정치집단은 법이 정한 조건하에서 이 원칙을 현실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웨덴의 양성평등정치는 소위 ‘두 명당 한 명꼴로 여성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바르안난 다메르나스(Varannan damernas)’로 대표된다. 이는 스웨덴 양성평등정책의 상징으로 1990년대 들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양성평등 국가를 지향하기 위한 국가적 목표로 자리 잡은 후 현재까지 스웨덴의 모든 정책 분야에 필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여성신문

우리도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제고해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서 헌법에 양성평등 규정을 포함시키는 데 대권 후보들이 동참할 것을 바란다. 이런 새로운 헌법의 정신에 따라 선거법을 개정해 지역구 여성할당제를 의무화해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④에는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지역구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개정해서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지역구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여야 한다”고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의원선거의 여성의무추천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구 지방의회의원선거 여성후보 추천(국회의원 선거구당 최소 1인) 의무조항을 강화하기 위해 의무조항의 대상이 되는 선거를 현행 기초의원선거 또는 광역의원선거 중 선택하는 방식에서 기초의원 선거와 광역의원 선거 모두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유엔이 추구하는 양성 평등 목표와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8월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모인 193개 회원국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이뤄낼 15년간 계획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도출했다. 17개 목표 중 다섯 번째 목표는 ‘성 평등 달성 및 여성·여아의 역량 강화’다.

2001년 시작해 2015년까지 진행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통해 기본적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반면 SDGs는 MDGs 의제 중 빈곤 근절, 초등 교육 제공, 성 평등 촉진 등에 관한 목표는 계승하고 국가 간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 경제 발전 등 사회통합과 환경보호에 관한 의제를 새롭게 추가했다. SDGs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국가와 지역의 상황에 맞게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력 대권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 속에 이런 SDGs의 정신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 국민이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 문제를 바라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해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발전의 사다리’를 놓으라는 것이다.

대선 주자들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대한민국이 성숙한 평등 민주주의로 거듭나기 위한 희망의 나비가 될 것을 주문한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귀를 위한 시를 노래했다”는 가수 밥 딜런에게 돌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그의 명곡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Knocking on Heaven's Door)’라는 노래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어두워지고 있어요. 마치,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때문에 여성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여! 양성평등의 문을 힘차게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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