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발전기금 운용 성적 새누리 ‘F’ 더민주 ‘D’
여성정치발전기금 운용 성적 새누리 ‘F’ 더민주 ‘D’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6.10.17 17:56
  • 수정 2016-10-25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정치발전기금이 인건비로... “당직자들 채용 늘리라고 법 만들었겠나”

여성 정치 참여 오히려 후퇴... IPU 여성 의원 비율 국제 순위도 계속 하락

선관위 유권해석 문제제기 함께 현실 반영한 기금 확대 법 개정 필요 

 

국회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단체사진 촬영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회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단체사진 촬영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당직자들 채용 늘리라고 여성계가 고생해서 여성정치발전기금을 법으로 만들었겠느냐!”

본지가 여성정치발전기금 취재를 시작하며 드러난 2015년도 회계내역에 대해 여성계는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새누리당은 2015년도 여성정치발전기금 20억여 원 중 97.4%를, 더불어민주당은 19억여 원 중 39.23%를 인건비로 사용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단독] 여성정치발전기금, 정당 당직자 인건비로 소진 

2004년 3월 12일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여성발전기금이 도입된 이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004년부터 12년간 해마다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에 달하는 여성정치발전기금을 사용했다. 문제는 사용내역이었다. 초기부터 기금은 곧 정당의 여성 인건비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형성됐다. 2005년 한나라당은 약 11억4000만원 중 52.6%인 6억원을 인건비로 사용했다. 기금의 인건비 집행 내역은 여성계에서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에 여성정치발전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는 점에서 당의 상식에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은 인건비로 지출하는데 ‘면죄부’가 됐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인 강재섭 의원이 선관위에 당규를 근거로 ‘여성정치발전비 사용에 보다 융통성 있고 완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며 사용용도를 질의했다. 이 결과 여성정치발전에 필요한 활동을 기획·집행하는 부서의 사무직원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 정치자금법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받게 됐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여성정차발전비의 사용용도에 대해 질의한 내용
지난 2008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여성정차발전비의 사용용도'에 대해 질의한 내용 ⓒ여성신문

문제는 이같은 선관위의 유권해석 자체가 성평등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정치발전기금의 기금 도입 취지를 생각할 때 인건비 지출은 일종의 전용이며 상식적으로 문제가 크지만 오히려 선관위가 이를 가능케 한 것이다. 정당들의 문제를 지적하기 앞서 선관위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여성정치발전의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선관위의 2008년 해석은 2016년 현시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인건비 지출에 일찌감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더불어민주당도 ‘암묵적 묵인’으로 일관해 왔다.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전국여성위원장이었던 김영주 의원은 “여성국 당직자 인건비는 2006년까지 여성정치발전비로 지불되었지만, 2007년부터는 일체의 인건비 지출이 금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5년 여성정치발전비의 39.23%를 인건비로 사용했다는 점은 외부의 지적 이전에 자기비판을 해야 할 대목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여성정치발전기금이다. 용도에 맞지 않게 쓰였다면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당의 양성평등인식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이건 직무유기를 넘어 편법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여성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에서 기금을 이렇게 운영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학점으로 치면 새누리 ‘F’, 더민주 ‘D’ 다.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하는게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금이 12년 간 집행됐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4·2006·2007년 세 차례 여성정치발전비 집행실적 분석 토론회를 개최했던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김은희 전 대표는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은 기금 신설에 맞춰 ‘우리여성리더십센터’를 야심차게 설립하고 별도의 교육관과 전담 당직자를 두면서 운영했으나 몇 년 못 가 유명무실해졌다”며 기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도 여성정치발전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총선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율은 18대 11.9%, 19대 9.8% 20대 10.5%로 정체돼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모두 당헌당규에 있는 지역구 30% 여성공천에 덕없이 모자랐다. IPU(국제의원연맹) 여성 국회의원 비율 국제 순위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2년 87위, 2013년 88위, 2014년 90위, 2015년 88위, 2016년 106위를 기록했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 수가 역대최다라고 하지만 이는 결과에 대한 홍보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추세와 비교할 때 한국의 여성의 정치 참여 정도는 오히려 후퇴했다.

 

IPU 여성국회의원 비율 국가 순위 ⓒ통계청
IPU 여성국회의원 비율 국가 순위 ⓒ통계청

정치 참여 후퇴를 막기 위해 여성정치발전비를 더 늘릴 필요가 있지만 오히려 정당에서는 이를 인건비로 충당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여성 정책 공약을 실행해야 할 여당이 기금을 인건비 쌈짓돈으로 쓰고 있다. 야당은 눈치를 보면서 개선 없이 매년 국민 세금을 취지와 맞지 않게 나가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14·15·16대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여성정치발전기금 법제화에 앞장섰던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인건비 지출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그렇다면 선배 의원들과 여성계가 당직자들 채용을 늘리라고 기금을 법으로 만들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성정치발전비의 분명한 용도는 정책 개발이고 제대로 된 여성정치 후보자 교육과 양성”이라며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의 생각으로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역시 “인건비는 당의 경상경비로 부담하는 게 마땅하다”며, “당의 재정이 부족해서 여성정치발전비를 당직자 인건비로 써야 한다고 하는데, 만약 기금이 없으면 여성 당직자를 고용하지 않을 셈인가”라고 꼬집었다.

여성정치발전기금을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인재 육성 및 발굴이라는 목적에 맞게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처를 제한하는 법 개정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의 경우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해 여성정치발전센터 설치·운영을 법제화하려 했으나 19대 국회 종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김은주 소장은 “여성정치발전비를 인건비로 쓰지 못하게 하는 대신 사용처를 여성정치발전을 위한 여성정치인 육성 및 교육, 여성정책개발 등으로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법 개정은 오래전부터 요구돼왔다”라며 “이제라도 정치자금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원홍 선임연구위원은 “당초 목적대로 교육이나 여성 후보 선거자금 지원 등에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희 전 대표도 “정당의 인건비 지출의 근거가 된 선관위의 유권 해석에 문제 제기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와 함께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여성 의원들이 젠더 의식을 가지고 기금을 제대로 사용해 여성 정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은희 전 대표는 “정당 내에서 여성들의 정치 조직화와 훈련을 위한 재원이므로 집행 권한을 지도부가 아닌 여성조직에 둘 필요가 있다”며 “경상보조금의 30%를 정책연구소장이 독자적으로 집행하는 방식처럼 운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정숙 전 의원은 당내 여성위원장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위원장이나 여성 몫 최고위원들은 대한민국 전체 여성을 대변해 발전과 권익을 위해서 정당 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2004년 말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우리여성리더십센터소장 홍미영 의원의 발언을 지금 다시 새겨들을 만하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상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오랜 각고의 노력으로 마련된 여성정치발전기금이 여성정치인 발굴 및 양성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십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중략)... 십수 년 싸워 힘들게 마련된 여성정치발전기금이 그 목적에 부합하여 활용되지 못한 점은 이를 주도해야 할 여성정치인들 모두 함께 반성해야 할 일이다.”

 

2015년 12월 15일 국회에서 여성단체들이 여성 30% 실현을 위한 범여성계 결의대회를 열어 구호가 담긴 스카프를 펼치고 있다.
2015년 12월 15일 국회에서 여성단체들이 '여성 30% 실현을 위한 범여성계 결의대회'를 열어 구호가 담긴 스카프를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