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좋아하는 무협이라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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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객 75만명을 동원한 영화 '비천무'의 흥행성공을 기폭제로 대중문

화계에 ‘무협’바람이 거세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진실, 이미

숙, 김윤진, 김석훈, 설경구 등 호화 배역진이 출연하는 무협 시대극 '단적

비연수'가 12월 개봉 준비중이고, 정우성과 안성기 등이 연기할 김성수 감

독의 '무사'도 8월부터 중국 현지 촬영에 들어갔다. 인기 무협소설작가 좌백

-진산 부부가 시니리오를 쓴 '규염객전'도 제작이 확정된 상태고, 장혁 주

연의 학원무협물 '화산고'도 크랭크 인 준비중이다.

무협 바람은 비단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무협만화 '열혈강호'나 '용비불패'는 물론이거니와 차태현이 등

장하는 ‘수타면’ CF, 파파이스 제품 CF, 해태음료 CF 등 광고에도 무협

이 등장하고, 탤런트 장혁이 가수로 데뷔하면서 발표한 앨범의 뮤직비디오

‘일월지애’ 역시 남녀무사를 등장시켜 무협소설에나 나옴직한 장면을 연

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봉한 이안 감독의 본격 무협영화 '와호장룡'의

흥행호조도 한몫했다. ‘내공’이니 ‘주화입마’ 같은 무협 전문용어가 유

행어가 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여성 무협작가 진산씨는 이같은 무협 붐은 무협영화제작 붐에서 촉발됐다

고 지적한다. '쉬리'의 성공 이후 한국 영화계는 어느 정도 대형 블록버스터

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여기에 거대한 세트와 소품, 인력 등이 완비됐고

로케비가 싼 중국 촬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호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문

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이에 더해 ‘밀레니엄’이 이벤트로 끝나버리자 심리

적으로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대중들의 심리가 복고적 이미지로의 회귀를

부추겼고, 이를 감지한 문화생산자들은 가장 친숙한 ‘무협’이라는 볼거리

를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발전하지 못하고 멜로면 멜

로, 코미디면 코미디 등 한가지 장르에 집중되곤 하는 우리 문화적 관행이

선택한 ‘유행’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협열풍의 또다른 측면에는 전통적으로 남성 장르라 인식돼 온

‘무협’에 여성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천무'의 성공 요인 가운데는 ‘무협장르’에 대한 여성 관객의 거부감이

많이 가셨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들린다. 또 '와호장룡'에 대한

여성 관객의 환호는 기대 이상이다. 이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이 연약하고 남성의존적이며 주변화된 여성 캐릭터 대신 당차고 성역할

구도에서 벗어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와호장룡'이 대

표적인 예. 1백10만부 이상 팔린 만화 '용비불패'의 여주인공 담화린 역시

돈만 밝히는 속물적이고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보다 훨씬 현명하고 진취적인

여주인공이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캐릭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처럼 주목받지는 못했다.

진산씨는 “SF문학의 거두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SF특강'이란 책에서

‘SF가 동시대 주류문학에 더 가까워진 것은 여성이 SF 독자가 되었기 때

문이다’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여성이 한 장르의 독자가 된다는 것은

그 장르가 살아남기 위해 장르 안의 남성적 권위주의를 없애거나, 혹은 좀

더 교묘한 형태로 숨기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라고 지적

한다.

작년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무협열풍에 대한 평가는 이제 막 제기되고

있는 단계이다. 이것이 다양한 장르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버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한가

지 확실한 것은 긍정적으로 묘사된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 친여성적 작품은

성공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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