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여성들의 ‘검은 월요일’…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
폴란드 여성들의 ‘검은 월요일’…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
  • 박윤수 기자
  • 승인 2016.10.05 17:09
  • 수정 2016-10-06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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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면적 낙태금지법’에 맞서 수만 명 파업 시위

 

페이스북 그룹 ‘Black Protest International’ 앞으로 전 세계에서 보내온 폴란드 여성 파업 지지 사진들. ⓒBlack Protest International
페이스북 그룹 ‘Black Protest International’ 앞으로 전 세계에서 보내온 폴란드 여성 파업 지지 사진들. ⓒBlack Protest International

지난 3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국회의사당 앞에 검은 옷을 입고 검은 팻말을 든 수천 명의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 외치는 이들은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전면적 낙태금지법에 반대하기 위해 하루 동안 직장과 가사노동을 쉰 채 거리로 나섰다. 바르샤바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만 명의 여성들이 검은 옷의 파업 시위에 참가했다. 검은 옷은 생식권(reproductive rights)에 대한 애도의 표시다. 여성들 뿐 아니라 남성들도 시위에 참여했고 일부 상점과 박물관, 공연장 등도 파업에 동참하는 의미로 하루 동안 문을 닫았다.

폴란드 여성들이 분노한 것은 집권 극우정당인 ‘법과 정의당’이 추진 중인 낙태전면금지법.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이미 유럽에서 가장 제한적인 낙태법을 시행 중인 나라지만 새 법안은 산모와 태아의 생명 위협,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 기존의 예외조항을 모두 삭제한 강력한 법안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낙태를 한 임신부와 의사는 이유를 막론하고 최대 징역 5년형을 받게 된다. 여성들은 새 낙태금지법으로 여성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원치 않은 유산으로 범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뉴스위크 폴스카 매거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폴란드 국민의 74%가 현재의 낙태금지법 유지에 찬성하며 더 강력한 규제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폴란드 여성들은 기본적인 생식권과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안전과 존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의 코디네이터인 마그다 스타로스치크는 “많은 폴란드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아무 권력도 없으며 동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파업은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기회”라고 말했다.

34세 은행원이라 밝힌 아그니에슈카 크리슈토폴스카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두 아이의 엄마이며 강경 페미니스트도 아니지만 나와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 법안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학교를 결석한 여동생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마그델레나 그워즈는 “낙태는 여성의 선택이며 성폭행 임신이나 태아가 위험할 경우 허용돼야 한다”며 “이것이 유럽의 법률이며 우리는 유럽연합 소속이다”라고 강조했다.

 

SNS 상에선 #blackmonday #blackprotest #czarnyprotest 등의 해시태그로 폴란드 여성들을 지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인권기구 앰네스티EU의 직원들도 이에 동참했다. ⓒtwitter.com/AmnestyEU
SNS 상에선 #blackmonday #blackprotest #czarnyprotest 등의 해시태그로 폴란드 여성들을 지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인권기구 앰네스티EU의 직원들도 이에 동참했다. ⓒtwitter.com/AmnestyEU

여성들의 전면적인 파업 시위는 1975년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평등권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루 동안 직장과 가사노동, 육아 등을 모두 거부하며 여성의 90%가 참여했던 이 파업 이후 아이슬란드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의회를 통과했으며 5년 뒤에는 유럽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비롯해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폴란드 여성들을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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