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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경희씨가 여성학 박사 논문 ‘남녀고용평등과 적극적 조치의 정치

-미국 AT&T사를 중심으로’에서 발표한 미국의 고용평등 정책과 제도적

방안에 대한 연구는, 보다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실질적인 고용평등을

위해 어떤 제도와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던져주고 있다.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는 차별적인 고용관행을 시정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 미국은 1960년대부터 고용평등 정책

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고용차별이 불평등 처우로부터 발생한 직접차별 뿐

아니라 불평등 효과로 인한 간접차별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인식, 구조

화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실행해왔다.

그 실행방법은 여성이 남성중심 직종과 상위직급에 우선적으로 고용될 수

있도록 목표비율을 정하고 구체적 실행계획서를 작성해서 이행하는 것이다.

EEOC의 ‘적극적 조치’와 고용평등

논문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 시장 경쟁의 논리에 기반해 조직을

운영해 온 사기업에 ‘적극적 조치’가 어떻게 도입·유지될 수 있었는지

과정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논문에 따르면 1970년대 초 여성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여성의 법적 대응과

여성단체의 지원, 여성운동의 세력화는 고용차별의 의미를 규정 지우고

‘결과적 평등’ 개념이 작업장에서 실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요인이 됐

다. 이를 수용한 정부기구는 성차별적 고용 형태가 모집, 채용, 승진, 직업훈

련 등에 걸쳐 구조화되어 있어 뚜렷한 성별 직무 분리와 임금 격차를 초래

했음을 밝혀냈다. 법원의 의지와 정부기구의 권한강화와 모니터링으로 실천

된 국가 권력의 개입은 기업과 개별 남성, 노동조합으로부터의 거부와 저항

에도 불구하고 사례기업에서 적극적 조치가 실행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

다.

적극적 조치의 결과는 성별 직무분리의 완화와 여성고용 확보라는 의도된

결과 이외에도 기업의 성 평등적 인사제도, 노동조합의 적극적 조치 도입,

새로운 여성연대의 형성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생산해내며 실질적인 고

용평등의 효과로 나타났다.

적극적 조치가 실행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고용평등기구의 대표

적인 모델인 초당적 연방기구 EEOC(고용평등기회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1963년 제정된 공민권법 제7편을 근거로 설치되었으며 성, 인종, 연령, 학력,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하는 모든 형태의 고용 차별과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

다. EEOC는 2천6백여 명의 직원을 둔 기구로, 준사법권과 준입법권을 갖고

있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EEOC의 활동이 실질적인 고용평등을

위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사용주가 의도적 차별을 했거나 악의

적인 행동을 취했다고 판단할 경우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때문이다.

이는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장래에 유사한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일례로

1998년 미국 디트로이트 소재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

건의 경우, 피해 여성을 대신해 법적 원고가 된 EEOC가 미쓰비시 자동차

를 상대로 낸 소송 과정에서 미쓰비시 자동차는 3억4천만 불(약 4천4백20억

원)의 배상액으로 합의를 했다. 이러한 고액의 합의금이나 손해배상액은 기

업의 생존보다 평등이라는 기본 가치가 중요하다고 믿는 정부가 있기에 가

능한 것이다.

한국, 고용평등 위한 제도 실효성 미비

모집, 채용, 승진, 직업훈련 등에 걸쳐 차별이 구조화되어 있어 뚜렷한 성

별 직무 분리와 임금 격차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 미국

고용평등 정책과 제도는 시사하는 바 크다. ‘적극적 조치’가 한국에서 어

떻게 도입·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여성·노동계에서 이

뤄져왔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고용할당제 요

구는 적극적 조치를 고용평등 조치라기보다 ‘잠정적 우대조치’로 해석되

고 있으며,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 행정자치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채용목

표제는 적용 대상의 한계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그로 인한

남성의 피해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역차별’이라는 반발만 사고 있는

실정이다.

남녀고용평등법상 분쟁처리제도는 고충처리기관의 설치와 운영이 사용자

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지방노동행정기관에 설치되는 고용평등위원회도 지

방노동행정기관의 장의 조정신청이 있어야 조정의 개시가 이뤄지는 등 강제

성을 띠지 못해 활용도가 극히 미미하다.

또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에는 ‘적극적 조치’를 명시하고 있고

이 법의 이행기구로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두어 조사권과 시정권고,

고발권을 부여했으나 그 규모와 예산 부족으로 실질적인 고용차별 개선의

역할을 하고있지 못하다. 이는 여성부가 신설돼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둔다

해도 지금보다 전문성이 조금 강화된다는 것 외에 그 권한과 규모, 위상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여성·노동계에선 고용차별 금지를 위한 정책과 지침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현행 여성고용 관련법이 그 이념의 측면이나 구체성,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8월 24일

8개 여성·노동단체가 국회에 제출한 여성고용관련 법 개정안에서는 특히

간접차별의 정의를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고용상의 조건을 동일하게 적용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조건을 충족하는 특정 성의 비율이 다른 성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경우, 그 조건의 적용으로 특정 성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

하는 경우, 그 조건의 적용이 직무수행에 필수적임을 사용자가 입증하지 못

하는 경우”로 명시해 보다 구체화한 것이 눈에 띈다.

국가 적극적 개입 필수적

그러나 무엇보다 실질적 고용차별 금지를 위해선 “궁극적으로 EEOC와

같이 준사법권과 준입법권을 갖는 고용평등전담기구가 설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강자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법률의 제·개정 등 제도적 개선이 기대

한 만큼 고용평등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평등에

대한 밑그림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 여성차별의 문제가 장애인·학력·

연령·민족차별 등의 문제와 따로 떨어져서 갈 수 없는 부분임을 강조한다.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여성학)는 “과거로부터 누적된 차별의 결과가 현

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에서 공정한 경쟁원리가 작동되게 하기 위해

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우선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공기업에서도 회피하는 적극적 조치를 사기업에 도입하기란 현

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미국이 적극적 조치를 도입한

것이 결과적으로 기업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노동력 구성을 통해 능력 있

는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적극적 조치가 기업의 경

쟁력을 악화시킨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해준다.

문제는 고용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정부의 의지다. 고용차별이 평등

이라는 기본권과, 노동권, 생존권을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라는 심각성을

인정하고, 선언적 기능에 그치고 있는 현재 고용평등 관련정책이 아닌 강력

한 국가적 개입을 통해 실질적인 고용평등을 모색할 것이 요청된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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