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이 9월 4일 오후(현지시간)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이 9월 4일 오후(현지시간)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9월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제11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G2로까지 재부상한 중국은 국제사회에 중국의 리더십과 역량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2016년 G20 정상회의를 준비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의미 있는 구체적 합의사항 도출에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했다.

항저우에서 G20 정상들은 성장을 위한 국제 정책공조 강화와 구조개혁 그리고 보호무역주의 타파와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또한 과학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혁신, 신산업혁명과 디지털 경제를 G20 의제에 처음으로 포함했다. 아울러 적정한 최저임금 설정, 저소득층 임금상승, 남녀 임금격차 해소 등을 위한 지속가능한 임금정책 원칙을 승인하고 노동시장에서 여성과 청년을 위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항저우 G20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과 언론의 반응은 다소 냉담한 편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008~2009년 G20 정상회의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국제 금융시장 그리고 언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항저우 G20 정상회의는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인한 긴장감 고조,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서방세계와 러시아의 갈등, 브렉시트, 유럽 난민 문제, 반세계화를 앞세운 포퓰리즘 등 경제 문제보다는 정치 문제로 인해 정상들 간 시너지와 합의를 도출하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열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기억할만한 일은 호수위 발레’라고 한 라가르드 IMF 총재의 발언은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로서 G20의 정체성과 신뢰도 그리고 효율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구체적인 수치 목표와 행동계획이 결여된 장문의 항저우 G20 정상선언문과 38개에 달하는 정상선언문 부속서는 G20 정상회의 합의사항의 이행가능성과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G20은 스탠드스틸(standstill) 선언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잠재우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이후 G20 국가들이 도입한 보호무역 조치는 꾸준히 증가해 1583개에 달했고 그 중 겨우 387개만이 예전 수준으로 되돌려졌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G20 차원의 구체적 합의가 나오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의제도 G20의 신뢰도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심지어 중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10개에 달하는 중국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각 의장국이 자국 이니셔티브를 의제화 하려는 의욕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G20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로서 제대로된 역할을 하려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의제를 설정하고 합의사항을 도출 및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G20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G20 국가 간 동료평가(peer review)와 함께 전문성 있는 관련 국제기구에게 분석과 이행 점검의 임무를 부여하고 그들의 권고를 귀담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G20이 지금처럼 의미 있는 합의와 실천 없이 주로 각국의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된다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로서 G20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국제 정책공조를 통한 세계 경제의 회복과 성장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세계는 G20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것이다. 그래서 2017년 G20 의장국인 독일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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