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준 엄마 생각난다는 미루 품에 안고 진짜 엄마 됐죠”
“낳아준 엄마 생각난다는 미루 품에 안고 진짜 엄마 됐죠”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6.09.08 15:31
  • 수정 2016-09-1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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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성장동화책 펴낸 이설아·김미루 모녀

열살 미루가 쓴 입양 이야기에

미술 전공한 엄마가 그림 그려

미루·주하·완 세 아이 공개입양

셋째는 생모와 만남 이어가

입양 깨닫고 상실 느낀 아이와

‘마주이야기’ 할 수 있어야

 

입양성장동화 펴낸 이설아(오른쪽)·김미루 모녀. 이설아씨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입양가족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입양성장동화 펴낸 이설아(오른쪽)·김미루 모녀. 이설아씨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입양가족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엄마, 절 낳아준 엄마가 생각났어요. 이 책을 보면서요.”

동화책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손에 든 딸 미루가 엄마 이설아(43)씨의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밤마다 아이에게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라는 노래를 불러주는 엄마가 등장하는 책이다. 미루는 한시도 아이를 잊지 않고 돌보는 엄마를 보며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떠올린 거였다.

“그랬구나. 미루야. 네가 낳아준 엄마가 생각나서 슬펐구나. 네가 우니까 엄마도 슬프다.”

이씨는 열살 미루가 울움을 터트리며 품에 안긴 그날을 “미루의 진짜 엄마가 된 날”이라고 했다. 깊은 슬픔까지 내보이고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모녀 사이가 됐다는 뜻이었다.

이씨와 남편 김홍래씨는 미루(11)와 주하(9), 완(5)까지 세 아이를 키운다. 2008년 생후 한 달 된 아들 주하와 입양해 키우다, 2010년 연장아(신생아가 아닌 연령이 있는 아이) 입양을 신청해 다섯살 미루를 만났다. 주하의 누나가 생긴 것이다. 중앙입양원에서 ‘남아 프로젝트’를 맡아 일하던 2013년 생후 13개월 된 완이를 세 번째 입양했다. 불임은 아니었지만 미대 입시강사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란 제자가 “선생님이 내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한 얘기를 듣고는 ‘아이한테는 100명의 선생님보다 한 명의 엄마가 필요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결혼 4년차, 특별히 아기를 가질 생각이 없던 이씨는 “그 한마디에 마음이 아려 내가 안 낳은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자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세 아이를 모두 공개입양한 이씨는 최근 미루와 함께 동화책 『열 살 미루의 입양 마주이야기』를 펴냈다. 딸 미루가 직접 쓰고, 미술을 전공한 이씨가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책은 미루가 다섯살 때까지 생활하던 해성보육원의 로즈마리 수녀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이다. 실제로 책에 실린 글은 미루가 2년 전 수녀님께 보낸 편지글이다. 이씨는 아이가 슬픔의 감정과 상실감을 풀어낼 수 있도록 글쓰기를 독려해왔다.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고 그 슬픔이 사라질까요. ‘입양은 슬픈 게 아니다, 입양은 행복이고 축복이야’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건 ‘네 감정과 생각이 틀렸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아이의 아픔을 슬쩍 덮어주기보다는 그 아픔을 통과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루에게 슬픈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기보단 힘이 들때면 마음 속 생각을 기록해 표현해보라고 권했죠.”

 

『열 살 미루의 입양 마주이야기』 의 한 장면. ⓒ이설아
『열 살 미루의 입양 마주이야기』 의 한 장면. ⓒ이설아

『열 살 미루의 입양 마주이야기』에는 입양으로 인한 아이의 상실과 성장 그리고 가족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씨도 이 책을 ‘입양성장동화’라고 소개했다. 입양부모의 시각이 아닌 입양아동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질문하는 이야기라는 의미다. 책을 쓴 미루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을 받아보고는 “정말 기뻤다”고 했다.

“책이 예쁘게 잘 나왔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어요. 책에 실린 그림 가운데 4인용 식탁에서 엄마와 낳아준 엄마, 저 그리고 로즈마리 수녀님이 밥을 먹는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나중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거든요.”

이씨는 원고를 다 완성한 후 미루한테 일종의 감수를 받았다. 저자에 대한 일종의 예우라고 해야할까. 미루는 “제가 쓴 글을 엄마가 다듬어주셨는데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판 과정은 쉽지 않았다. 책을 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글과 그림은 완성됐지만 돈이 문제였다. 주변의 권유로 출판을 위해 필요한 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다음 스토리펀딩에 글을 연재하는 것이었다.

지난 6월 5일 세 아이를 입양한 과정을 담은 ‘안 착한 입양가족의 커밍아웃’이라는 제목의 첫 글을 올리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단 19시간 만에 목표액 250만원을 달성했고, 7월 27일 마지막 글을 올릴 무렵엔 453명이 후원에 참여해 1087만1577원을 후원했다. 목표액의 434%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씨를 후원한 사람들 중에는 입양 부모도 있지만 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부터 연장아 입양을 망설이는 아빠, 조카를 사랑하는 고모까지 다양했다. 특히 가족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첫 글과 미루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담은 두번째 글에 대한 반응이 컸다. 특히 미루와의 첫 만남 당시를 묘사한 글 중에서 “소개받은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내 마음과 그렇다고 아이를 향해 등을 돌리고 돌아설 자신도 없는 자 자신이 서로를 할퀴며 치열하게 싸웁니다” 같은 솔직한 표현들에 적잖이 놀랐다. 그동안 입양에 대한 글들은 주로 입양이 얼마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왔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3년 전에 첫 책 『가족의 탄생』을 쓸 때부터 제 밑바닥까지 솔직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했어요. ‘입양은 축복’이라는 말이 맞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 공존한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미루와 가족이 되는 과정이 그만큼 쉽지 않았던 것도 맞고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미루와 가족이 되기 위해 봄부터 겨울까지 매주 주말마다 보육원에 찾아가 놀았어요. 그 과정에서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1년 동안 가족이 되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한가족이 됐죠.”

 

마주보고 웃는 이설아(오른쪽)·김미루 모녀. ⓒ이정실 사진기자
마주보고 웃는 이설아(오른쪽)·김미루 모녀. ⓒ이정실 사진기자

엄마 곁에서 대화를 지켜보던 주하도 누나와의 첫 만남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누나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죠. 사탕 바꿔먹었잖아요.” 이씨와 남편은 미루에게 사랑을 듬뿍 줬고, 고집세고 자기만의 룰대로 행동하던 “화성인” 같던 미루도 점차 엄마와 눈을 맞추며 가족이 되는 법을 배워나갔다. 하지만 생모가 자기를 포기해 입양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이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이런 성장통은 공개입양 과정이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라고 할 수 있어요. 주하도 다섯살 무렵, 입양에 대해 처음 물었던 기억이 나요. 어떤 입양  부모들은 ‘내가 널 낳지 않았단다’라는 말을 끝으로 그 이상의 얘기는 덮어두려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입양인들은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낳아준 부모는 날 데려가지 않는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누군가와 이별해본 아이들이잖아요.”

이씨는 그래서 ‘입양 마주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주이야기는 서로 마주하며 나누는 대화를 뜻하는 말로, 일방적으로 건네는 말이 아닌 둘 사이에 진실되게 오가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아이와 연결된 생부모에 관련된 이야기부터 그들을 향한 아이의 질문과 복잡한 감정까지 아이가 입양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혈연 위주 가족제도가 공고한 한국 사회에서 입양은 아직까지 활발하지 않다. 더군다나 주위에 입양 사실을 알리는 공개입양은 흔하지 않다. 국내입양 활성화를 말하면서도 입양인들이 입양 이후 가족 안에서 겪는 어려움과 상실감에 대해서는 공론화가 더딘 상황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유일한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요. 저도 첫 아이 때는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그 마음과는 별개로 우리 아이에겐 두 쌍의 부모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의 상실감을 채워주기 위해선 이 사실을 인정하고 진솔하게 열린 대화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이씨는 국내에선 입양이 잘 안되는 남자아이를 입양한데 이어 신생아가 아닌 연장아를 입양했다. 게다가 생모와 만남을 이어가는 개방입양에도 나섰다. 생모와 함께 환하게 웃는 완이 사진을 보면서 입양을 결정했고, 완이를 입양하면 생모도 가족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완이와 생모가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두 사람의 끈이 이어졌다는게 너무 기뻤어요. 그동안 생부모와 분리돼 상실감을 갖는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저도 슬프고 힘들었거든요. 한번 가정과의 분리를 겪은 아이들은 또 다시 분리를 겪기 쉬워요. ‘입양은 축복이고 행복’이라고 알리며 입양 활성화를 하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입양을 권하려면 입양 이후의 시스템도 잘 갖춰져야 해요. 입양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한 부모들이 혼자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하고, 아이도 상실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입양 이후에 겪을 상황에 대한 상담과 지원이 마련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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