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운 여름이 가려나보다. 아직도 한낮에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걸 보면 계절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려니. 가을의 문턱에 서서 홀로 살고 계시는 연로하신 어머님의 집안 정리를 위해 뜨겁게 보낸 지난 여름을 기억하며 감동하고 있다.
지난 봄, 홀로 살고 계시는 어머님이 갑자기 노쇠해지셨다. 홀로 살고 계시지만 주변 가까이에 있는 경로당이나 성당을 오가며 스스로 식사를 챙기시기도 하셨는데, 갑자기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을 것 같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짜증을 내셨다. 여기 저기 병원을 드나들며 검진하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무엇보다 살아야 할 이유와 명분을 찾지 못하셨다. 자식들이 돌아가며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기도 하고 함께 식사하기 위해 외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쉽게 변화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노력 끝에 자녀가 모여 논의한 결과, 현재 살고 계시는 어머님의 집안 구조가 연로하신 어르신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방 문턱 때문에 몇 번 넘어지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여의치 않아 기어서 올라가시기도 했던 것이었다. 여러 대안으로 살기 편안한 곳으로 이사를 감행하는 것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 등 다양한 조치를 고민하다가 그동안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는 것이 정서적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 살고 계시는 곳을 환자가 살기에 적당한 곳으로 바꾸고 그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대적인 수리를 하기로 결정하고 짐을 정리해 최소한으로 남기기로 헸다. 짐을 정리하고 버릴 것을 버리며 대청소에 들어갔다. 지난 30여년을 살면서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했던 짐을 하나씩 꺼내면서 우리들이 함께 살아온 삶을 회상하고 추억하기도 하는 일은 몇 날 몇 밤이 걸렸다. 어느 해보다 뜨거웠고 에어컨도 없는 어머님 집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소유물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들 자신들의 삶도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들도 조금 뒤에는 고령인구가 될 것이고 언젠가 우리들 어머님과 같은 처지에 놓일 거라 생각하며 이제부터라도 최소한의 소유물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다는 반성을 하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부문’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1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총 인구(외국인 포함)는 5107만명으로 드디어 5000만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이를 지역별, 연령대별로 인구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 집중현상과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가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며, 유소년 인구는 감소하고 중년 이상 특히 고령인구만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인 대처 뿐 아니라 다방면의 해결방법이 필요하겠지만 먼저 그동안 가지고 있는 많은 소유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의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어머님은 대대적인 집안 수리를 마친 이후에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을 누리면서 삶의 의욕과 도전을 회복하시고 건강까지 회복하셔서 즐거운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계신다. 소유물 절반을 모두 내다버렸는데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계시고 오히려 그로인해 더욱 편안한 그리고 행복한 삶을 회복하셨다. 주위를 돌아보자. 너무나 많은 물건과 소유물 때문에 혹시 피곤하고 힘든 것은 아닌지. 소유물로부터 자유로울 때 그때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