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 10여명, 카톡방서 동기 여학생 성희롱·여성혐오 발언

지역 차별적 조롱도 서슴지 않아

학생회는 뒤늦게야 수습 나서…학생들은 강력한 징계 요구

 

서강대학교 공학부(컴퓨터공학과) 소속 남학생들이 과 내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동기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지역 차별 발언을 공유해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해자 중엔 과대표 등 학생회 임원들도 있었다. 

서강대 공학부 학생회는 지난 26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입장문을 올리고 이 사건에 대한 학교와 학생회 차원의 후속 조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회에 따르면 이 대학 공학부 소속 남학생 10여 명은 지난 3~4월간 다른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과 지역차별 발언, ‘김치’ ‘메갈’ 등 여성혐오적 발언을 단톡방에서 주고받았다. 

해당 단톡방은 이 대학 16학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이후 과 선후배들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 지난 3~4월 동안 개설됐다. 지난 3월 말경, 한 남학생이 학내에서 잠든 여학생의 사진을 찍어 이 단톡방에 올린 게 발단이었다. 만취해 잠든 여학생의 귀가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는데, 오간 건 “여자냐” “과방으로 데려가라” “형 참아” “못 참는다” 등의 발언이었다. 

지난 4월엔 남학생들이 이 학과 학생회 단톡방에 선정적인 사진을 올리고 야동 등을 화제 삼자, 한 남학생이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문제의 단톡방에선 이 남학생을 두고 “선비(혼자 도덕적인 척하는 사람을 폄훼하는 말)” “전라디언(전라도 지역 출신을 비하하는 말)이네” 등 지역 차별적 표현을 써서 조롱했다. 

이들은 “OO(동기 여학생) 메갈이냐” “김치다” 등 여성혐오 발언도 나눴고, “여자애들이 품번(야동의 고유식별번호)을 알까?” “다 알 거야, 다 한 번씩은 박혀봤을 텐데” 등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3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폭로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해당 학과 내에서 단톡방 대화 내용이 유포돼 관련자들의 신상이 공개되고 루머가 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문이 일자 학생회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학생회는 피해자들의 의사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게 하는 한편, 학내 성평등상담실에서 피해 상담을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에 대한 교수와의 상담과 반성폭력 교육도 진행하기로 했다. 2학기 개강총회 땐 학부생을 대상으로 반성폭력 교육을 열고, 이를 정례화할 계획도 세웠다. 학생회 측은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 확인하고자 학내 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신청했지만, 이와 별도로 학생회 차원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해자 중엔 과대표와 과 부대표 등 학생회 임원들도 포함돼 있었다. 한 남학생은 자신의 행동을 뉘우친다며 휴학을 했다. 학생회 집행부에 남아 버젓이 활동 중인 학생도 있다. 학생회 관계자는 “(사퇴를 권유했더니) 자신이 잘못한 건 없고, 이런 일로 (학생회를) 나가는 것보다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더라. 지켜보다가 여론이 악화되면 한 번 더 (사퇴를) 권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학생들은 가해자들의 공개 사과와 강력한 징계,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언어성폭력은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데, 학교와 학생회에선 쉬쉬하고 가해자들에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립니다. 진지한 반성은커녕 운이 없었다고 여기게 조장하는 거죠. 이게 뭔가요? 적어도 대학은 성범죄에 관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학생은 “학교 차원의 성폭력 매뉴얼이 잘 마련돼 있는지, 이에 따른 사건 처리와 징계, 피해자 구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 본부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겐 적법한 처벌을 내린다는 원칙을 다시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일부 재학생들이 게재한 성희롱 문구. 일부 신입생들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강요당하기도 해 파문이 일었다.
2015년 3월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일부 재학생들이 게재한 성희롱 문구. 일부 신입생들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강요당하기도 해 파문이 일었다.

한편, 서강대에선 지난해 3월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일부 재학생들이 성희롱 문구를 게시하고,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신입생에게 강요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최근 국민대·고려대·서울대·경희대 등에서도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이 대학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여성신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서강대 대학 본부의 입장과 후속 조처 방안을 듣기 위해 31일 연락을 시도했지만, “내부 논의 후 대응하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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