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온라인 페미니스트 ③

[인터뷰] 온라인 지식백과 ‘아름드리 위키’ 운영진

“남성중심적 온라인 공간...여성혐오를 배제한 ‘성평등 지식백과’ 만들 것”

“성평등은 여성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너는 메갈리안이냐, 아니냐?’ 최근 넥슨이 ‘메갈리아’ 티셔츠 착용 사진을 개인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로 자사 게임 캐릭터 성우를 교체한 사건은 이런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졌다. 논쟁의 중심엔 국내 최대 온라인 지식백과 사이트 ‘나무위키’가 있었다. 누리꾼들이 직접 특정 개념·사건·인물 등에 관한 정보를 모아 정리한 사이트로, 젊은 세대가 활발히 이용하는 데이터베이스다. 그러나 이 사이트가 여성혐오적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메갈리아’와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이들에 ‘남성혐오’ 낙인을 찍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맞서 최근 새로운 위키가 탄생했다. ‘성평등 온라인 지식백과’를 지향하는 ‘아름드리 위키’다. 여성혐오를 배제한 정보만 소개하겠다는 취지로 개설된 지 약 한 달 만에(8월 23일 기준) 550여건의 문서가 만들어졌다. 문서의 주제에는 제한이 없으나, 남성 비하 발언 등 모든 혐오비하 발언은 금지다.

아직 콘텐츠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안과 인물에 관한 정보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정리·해설해 다른 위키와 차별화를 꾀했다. 박지은 작가의 웹툰 ‘아메리카노 엑소더스’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분석한 문서 등이 호응을 얻었다. 이 웹툰은 작가가 김자연 성우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후 나무위키 등에서 ‘메갈 작가의 남성혐오 웹툰’으로 매도됐고, ‘별점 테러’(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웹툰 평점을 최하점으로 주는 일)를 당했다. 또 트위터리안 ‘주단(@J00_D4N)’ 등 누리꾼들이 만든 온라인 아카이브에 기초한 ‘2016 리우올림픽중계 성차별 발언 모음’도 인기 문서로 꼽혔다.

 

 

여성운동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나루수산 앞 광장에서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모두의 1차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후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홍대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여성운동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나루수산 앞 광장에서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모두의 1차 공동행동' 집회를 마친 후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홍대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대부분과 이들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굉장히 편향적이고 출처가 불분명한 것이 많으며, 여성혐오 프레임이 끼워져 있다”고 아름드리 위키 운영진은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성별만 바꿔 되돌려주는 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이 등장해 큰 파장을 일으켰으나, 한계가 있었다. 유저 대다수가 남성인 여러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와 나무위키 등에서 메갈리아와 페미니즘 운동 전반은 일방적으로 폄훼당했다. 페미니즘 관련 논쟁이 치열해질수록, 페미니즘 관점에서 사안을 정리하고 분석한 글에 대한 목마름도 커졌다.

“최근까지 온라인은 남성의 공간이었습니다.” 아름드리 위키 운영자 ‘seorahan’은 “나무위키를 비롯한 여러 위키를 오랫동안 이용했지만, 여성인 나를 지우고 (위키 문서 속) 성차별적 언사를 애써 무시해야만 했다”며 “(기존 위키의) 성차별적 문서를 보면서 이 위키의 이용자는 ‘약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앞으로 온라인에서도 성평등 관점에서 글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해질 겁니다. 아름드리 위키가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젠더 관련 논의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기면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페미니즘이 ‘여성 우월주의’이자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믿음은 잘못됐으며, 성평등은 여성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운영자 ‘yeokbo’는 “최근 페미니즘 운동의 특징은 ‘상향식(bottom-up)’ 모델”이라며 “‘강남역 10번출구’ 등 삶에서 페미니즘이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조직하는 장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차별, 가부장제 등이 가진 한계와 실태를 계속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러링’이 그런 상황을 폭로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 그다음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사회와 대중들은 페미니스트가 ‘메갈이냐 아니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도태될 것인가 진보할 것인가’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 빼고 다 바뀔 텐데 그래도 가만히 있을 거야?’라고 물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