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총 5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궁 장혜진·최미선·기보배, 골프 박인비, 태권도 오혜리·김소희 선수. ⓒ뉴시스·여성신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총 5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궁 장혜진·최미선·기보배, 골프 박인비, 태권도 오혜리·김소희 선수. ⓒ뉴시스·여성신문

22일 폐막한 리우올림픽은 성평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이다. 참가 선수 1만1444명 중 여성은 5175명(약 45%). 역대 최고치다. IOC에 따르면 리우올림픽은 전 종목에 여성이 참가하고, 모든 참가국 선수 명단에 여성이 포함된 첫 올림픽이다. LGBT 선수 43명의 리우올림픽 참가도 화제에 올랐다. IOC는 지난 1월 ‘트랜스젠더 선수 참가 자격 완화’ 지침을 채택했다. 대한민국 여자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 204명 중 여성은 절반가량인 101명이며, 메달 21개 중 9개는 여성이 획득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시간은 거꾸로 갔다. ‘미녀 궁사’ ‘국민 여동생’ 등 선수의 실력보다 외모를 앞세우고, ‘태극낭자’ ‘여신’ ‘요정’처럼 여성성을 강조한 보도가 쏟아졌다. ‘남편만 보면 힘이 솟는 엄마 역사’  ‘43세 엄마의 투혼’ 등 선수로서의 모습보다 엄마·아내 등의 정체성을 강조해 보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공중파 방송 중계진의 성차별적 발언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관련기사▶ 올림픽 정신은 어디로? 성차별 중계 ‘말말말’)

 

 

 

 

 

안타깝게도 이러한 보도는 여전히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많은 이들이 “착하고 활도 잘 쏘니까 일등 신붓감 아닐까요?”라는 발언에 박수를 치고, “지금 결혼을 하면서 기량이 이렇게 상승한 것은 남편과의 사랑의 힘인가요”라는 말을 ‘재치있다’며 웃어넘긴다. 올림픽 보도 속 성차별 발언을 개인의 자질 부족이나 말실수로만 넘기기가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여성 스포츠를 ‘비주류’ 취급하는 문화, 남성들이 장악한 뉴스룸 그리고 성 편견에 물든 국민 의식이 만들어 내는 광경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성차별적 올림픽 보도 관행을 유례 없이 강하게 비판했다. 트위터리안 ‘주단(@J00_D4N)’ 등 시민들은 리우올림픽 중계 속 성차별 발언을 모은 온라인 아카이브를 만들어 공론화했다. 해당 언론사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언론이 앞장서서 여성 차별을 ‘관행’이나 ‘유머’로 소비하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러한 현상은 성평등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다양한 부문의 성차별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과도 일치한다. 중국체육총국 산하 중국 스포츠문화개발원의 리쑤에 부장은 지난 5월 유엔 여성(UN Women)을 통해 “여성은 강인하며, (남성과 동등한)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여성 스포츠와 남성 스포츠란 본질적으로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IOC의 ‘올림픽 헌장’에 담긴 ‘올림픽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은 국가·인종·종교·성별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 올림픽의 최우선 사항(top priority)은 성평등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언론이 가장 고민할 문제가 ‘젠더 감수성’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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