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방학대원그린아파트 경비실 지붕에 설치된 미니태양광 발전기. ⓒ서울시
서울 도봉구 방학대원그린아파트 경비실 지붕에 설치된 미니태양광 발전기. ⓒ서울시

아파트 경비실은 여름엔 찜통, 겨울엔 냉골이다. 냉‧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을 리 없는 그 좁은 공간에서 경비원들은 선풍기나 작은 전기난로 하나에 의지해 더위와 추위를 견뎌야 한다. 하지만 폭염과 혹한이 날로 심해져 버티기가 힘들다.

유난히 폭염이 심각한 올여름,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아주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입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달아주기도 하고, 뜻있는 단체와 기업이 앞장서서 낡은 아파트의 경비실에 에어컨을 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비실 직원들은 에어컨을 많이 틀어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원망을 들을까 눈치가 보여 에어컨을 맘 편히 쓰지도 못한다고 한다.

반면 전기요금 걱정 없이 경비실의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한 아파트들도 있다. 서울시 도봉구 방학대원그린아파트에서는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고, 지붕에는 소형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경비실 지붕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경비실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니 경비실의 에어컨 사용으로 공동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을 우려했던 일부 주민들의 걱정도 사라졌다. 태양광발전기 설치비는 서울시 에너지절약경진대회에 참가해 받은 상금으로 충당했다. 

이 아파트의 강성현 에너지보안관은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주민들의 갑질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우리 아파트에서는 찜통 같은 경비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동대표회의에서 의결해 2013년 8월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며 “일부 주민들의 불만이 있었으나 2015년 8월부터는 경비실 지붕에 미니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니 공동전기요금 올라간다고 불만을 갖는 주민들이 이젠 없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돈의문센트레빌, 노원구 청구3차아파트 등의 경비실에도 에어컨과 함께 미니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 아파트들은 모두 서울시가 주최하는 아파트 대상 에너지절약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아파트이며, ‘서울아파트에너지보안관’들이 활약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에너지보안관은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아파트공동체 리더들로 서울시는 그동안 128명의 시민을 ‘서울아파트에너지보안관’으로 위촉해 시장 표창도 하고 교육을 제공하는 등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더위는 물러갈 것이고 추위를 대비해야 시기가 다가온다. 벽체도 얇고 유리창도 홑겹이며 문틈이 다 벌어져 있는 등 단열 상태가 엉망인 아파트 경비실은 겨울엔 야외보다 더 추워지기 일쑤다. 온기가 다 빠져나가는 공간에서 전기난로를 종일 켜놓아봤자다. 전기요금만 올라갈 뿐이다. 그보다 단열재 공사, 방풍재 설치 등을 통해 단열을 보강하면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따듯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덜 쓰니 관리비도 내려가고 폭염과 혹한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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