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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 권의 규모에 달한다는 한국의 음반 시장. 하지만 가끔은 그 명

성이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돈이 되는 스타에게만 집중되는

마케팅 파워를 목격할 때, 그리고 얄팍하게 편집된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가

득한 음반매장을 돌아 볼 때면, 규모의 경제라는 그늘에 가려 제대로 소개

조차 되지 못하는 국내외의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

마저 들기도 합니다. 단지 상업성과 대중성이라는 잣대만으로 화려한 탄생

과 처절한 죽음이 교차되는 음반 시장.

오늘의 주인공인 K.D.랭 역시 시장의 ‘게임의 법칙’으로 인하여 소개

되지 못한,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아티스트입니다. 오히려 본업인 음악보다

는 가끔씩 등장했던 스크린에서 그를 더욱 자주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961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K.D.랭의 재능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

니다. 다섯 살부터 고향의 여러 무대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하고, 대학에서는

연극무대에 서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캐나다의 광활한 자

연 속에서 성장하였기에, K.D.랭의 음악에는 목가적인 평온함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규정하는 키워드는 단순히 평화로움만은 아닙니다. K.D.랭을

더욱 반짝이게 만드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당당한 레즈비언으로서의 자신감

입니다. 그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정치적인 발언과 행

동도 서슴지 않기에, K.D.랭을 향한 보수진영의 견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

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올곧게 지켜가

고 있기에, K.D.랭의 선 굵은 얼굴에는 신념으로 뭉친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런 K.D.랭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영화가 있습니다. '바그다드 카페'

로 우리와 친숙한 감독인 퍼시 애들론의 '연어알'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십

니까? 백인과 에스키모 사이에서 태어난 카츠뷰 역으로 스크린에 뛰어든

K.D.랭의 연기는 살을 에이는 듯한 처연함으로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

다. 여성이지만 또 하나의 여성 로즈리타를 사랑하게 되는 카츠뷰.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하여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게 질문을 건네는 '연어알'이

라는 영화를 통하여 K.D.랭은 음악을 뛰어 넘어 연기로도 자신의 색깔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 오브 비홀더'에서

이완 맥그리거와 공연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 하나 전해드릴까요? 드디어 한국에서 K.D.랭의 앨범이 라이

센스로 발매되었습니다. 까뮈에게 영감을 얻었다는 최근작 ‘Invincible

Summer’로 이제 9장의 작품을 발표한 K.D.랭. 뒤늦게 한국을 찾아온 음

악가로서의 K.D.랭을 반갑게 맞이해 주시겠습니까?

[김이 혁상 객원기자 hybrid@scre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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