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에 실망…“힐러리에 투표” 선언

민주당, ‘투게더 포 아메리카’ 설립 공화당 인사 영입 나서

 

지난 7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지지연설에 나선 ‘힐러리를 지지하는 공화당 여성들의 모임’ 공동창립자 제니퍼 피에로티 림. ⓒdemconvention.com/
지난 7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지지연설에 나선 ‘힐러리를 지지하는 공화당 여성들의 모임’ 공동창립자 제니퍼 피에로티 림. ⓒdemconvention.com/

민주·공화 양당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상황에서 공화당 여성들이 미국 대선 구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인 샐리 브래드쇼는 최근 공화당을 탈당하고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수석보좌관을 지낸 브래드쇼는 부시가의 핵심 인물인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여성혐오와 자아도취에 빠져있다”며 “힐러리에 동의하진 않지만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래드쇼 뿐만 아니라 최근 공화당의 핵심 여성인물 다수가 트럼프의 연이은 차별 발언에 실망하며 공화당을 배신하고 힐러리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엘리노어 스키프나 레즐리 윈스틴, 역시 경선에 참여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핵심 참모인 마리아 코멜라,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손녀인 캐롤라인 맥케인 등이 힐러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경선 주자 중 한명인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 CEO로 막대한 자금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휘트먼의 힐러리 지지 선언은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화당에는 ‘힐러리를 지지하는 공화당 여성들의 모임’도 설립돼 공동 창립자인 제니퍼 피에로티 림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지지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공화당의 내분은 트럼프가 미군 전사자의 가족에 대한 무슬림 비하 발언 이후 더욱 거세졌다. 많은 공화당 인사들이 당의 승패보다 개인의 신념을 따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여성 의원과 참모 뿐 아니라 공화당 3선 하원의원인 리처드 한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등 남성 인사들도 탈 트럼프를 표명했다.

이런 흐름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캠프는 10일 공화당 인사 영입을 위한 ‘투게더 포 아메리카’(Together for America)를 발족하고 지지기반 확대에 나섰다. 캠프 측에 따르면 유력 공화당 인사 50여명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인사들의 힐러리 지지 선언은 여성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먼마우스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의 클린턴 지지율은 57%로 트럼프 지지율 27%에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조사에서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에 6% 차이로 앞선 바 있다.

2012년 롬니 후보의 참모였던 케이티 페커는 ‘슬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안티 트럼프’로 돌아선 공화당 여성들을 몇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우선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공화당에 실망해 포기를 선언하고 민주당 지지를 선언한 경우, 또 다른 부류는 트럼프가 위험하다고 여겨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로 이들은 선거가 끝나면 다시 공화당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부류는 트럼프와 힐러리 양쪽 다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힐러리가 낫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페커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공화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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