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이 발생하고 나아가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살은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 목적으로 행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살은 고의의 자해행위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산재보험법은 재해가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다음 3가지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정신적 이상상태’의 결과 자살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한 것이기 때문에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첫째, 업무상의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경우다. 과로나 스트레스 등 업무상의 원인으로 정신질환이 발병, 그 결과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자살하는 경우로 업무와 정신질환 발병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자살은 정신질환의 증상인 자살충동에 의해 행해진 것이므로 업무와 자살과의 상당인과관계가 긍정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기술연구소장이 대표이사 등의 계속된 질타와 과중한 업무로 우울증이 악화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경우, 해외 파견근무 예정자가 영어실력 부족에 대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이 악화되어 투신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순회점검 팀장으로 일하던 근로자가 어느 정도의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였으나 친구의 분신자살 소식 후 감행한 경우, 택시회사의 배차부장이 근무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퇴직 후에 발생한 경우에는 우울증 치료 중 발생하였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부인했다.

둘째, 업무상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경우다. 업무상 재해로 정신질환이 있는 근로자가 자살을 기도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에 의해 정상적인 인식이나 행위선택 능력이 현저하게 저해되고, 자살을 생각에 그치게 하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하게 결여된 상태에서 행한 것으로 추정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학교시설관리 담당자가 업무상 사고로 시력이 손상되어 신체상 후유장애와 이에 수반된 우울 등 극심한 정신적 불안상태로 자살에 이른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반면, 만성기관지염, 결핵, 폐기종 등을 앓고 있었으나 자살하기 전에 정신적인 이상증세를 일으켰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는 경우, 중공업 근로자가 업무상 상병으로 입원기간 중 정신착란이나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 적이 없고 재해 이전에 가정불화 등으로 자살소동이 있었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를 부인했다.

셋째, 업무상 사유로 인한 것임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이는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정신질환을 유발하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곧바로 자살한 경우로서, 자살이 정신적 이상상태의 결과인 것으로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고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교대담당 책임자로 근무하던 중 관리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되어 연일 야근하다가 투신한 사건에서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었으나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반면, 생산직 근로자가 동료 사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자신이 원치 않는 부서로 전보 발령이 났으나 우울증 등의 정신장해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던 경우, 경영기획팀 팀장이 상사 및 동료직원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였고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인되나 정신병 등을 앓고 있지 않았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를 부인했다.

최근 법원은 자살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종전에는 업무과중성의 유무 판단기준으로 ‘평균적인 근로자’나 ‘사회 평균인’으로 하여 ‘개인의 스트레스 취약성’에 많은 영향을 받아 업무상 재해를 부인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 비록 ‘나약한 성격’이나 ‘개인적 취약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두47327 판결 등).

그러나 ‘회사일로 힘들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나 근무지 전보조치에 불만을 품고 ‘사전에 휘발유를 준비’하여 분신자살한 사건과 같이 사전에 각오를 하고 자살을 감행한 경우에는 고의에 의한 행위로서 업무상 재해가 부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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