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앤 크래프트’와

‘연극 아카데미’ 등

복합문화공간 시도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 내부 ⓒ뉴시스ㆍ여성신문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 내부 ⓒ뉴시스ㆍ여성신문

산울림 소극장이 전통과 새로움,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위해 또 한 번의 변신을 시작했다. 갤러리와 공방, 아트숍이 어우러지는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와 전문 예술인과 수강생을 교육하는 ‘산울림 연극 아카데미’를 오픈한 것. 산울림은 지난해 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홍대 산울림 소극장 2층에 자리 잡은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는 회화, 금속, 도자, 사진 등 다양한 작가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산울림은 “일상생활과 만나는 예술작품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더하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9월 11일까지 개최하는 개막 전시회 제목도 ‘예술이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다’로 정했다. 고희승, 김기철, 김두희 등 2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산울림 연극 아카데미는 6월부터 시작됐다. 연극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8월 31일까지 산울림 극단 출신의 전문 강사가 연극의 기초와 대본 분석, 호흡과 발성, 무대 위 움직임과 표현, 리허설 등을 교육한다. 대표 강사는 이인철 배우다. 이번 아카데미는 리허설 작품인 ‘동행’의 등장인물 나이를 고려해 45세 이상의 수강생만 모집했다.

연출가 임영웅의 장녀 임수진 산울림 대표가 4년 전 극장 살림을 맡으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고전 문학을 연극으로 각색한 ‘산울림 고전극장’과 라이브 음악과 편지 낭독으로 예술가의 삶을 풀어낸 ‘편지 콘서트’ 등을 만들었고, 오는 11월에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국악 앙상블 등의 공연을 선보이는 ‘판 페스티벌’도 개최할 계획이다.

 

산울림 소극장 전경 ⓒ산울림
산울림 소극장 전경 ⓒ산울림

편지콘서트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최근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이다. 라이브 교향악 연주와 함께 예술가들의 자필편지를 낭독한다. 2013년 베토벤, 2014년 슈만, 2015년 슈베르트를 선보였다. 총연출과 구성은 임영웅 연출의 아들 임수현씨가 맡았다. 음악회이자 연극이며, 낭송회인 특별한 공연으로 매년 연말에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산울림 소극장은 개관 당시에도 현대무용과 클래식, 사물놀이, 판소리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연극 외에도 다양한 공연문화와의 장르 교차와 탈 장르적 시도를 이어갔다. 2000년대 이후에는 홍대 일대가 독창적인 문화 활동의 중심지가 되면서 주변의 문화단체들과 공동기획도 부쩍 증가하는 등 변화에 적극 참여했다.

극단 산울림의 전용 극장인 산울림 소극장은 1985년 처음 문을 열었다. 전용 소극장을 개관한 후 산울림 극단은 문화 소비층에서 제외된 중장년층 여성관객을 극장으로 인도하는 등 페미니즘 연극을 유행시켰다. 시몬드 드 보봐르의 ‘위기의 여자’, 드니즈 샬렘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아놀드 웨스커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샤 노먼의 ‘엄마 안녕’ 등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연극을 집중적으로 공연하면서 여성 문제를 규명하려고 노력했다.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산울림은 다양한 기획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산울림 실험무대’ 시리즈로 이성열 연출의 ‘한만선’ ‘하녀들’ ‘오해’, 채윤일 연출의 ‘핏빛달’ ‘아가멤논의 자식들’, 임영웅 연출의 ‘엄마 안녕’ 등을 무대화했고 ‘한국 신연극 100주년-산울림 해외문제작’ 시리즈로 김광보 연출의 ‘블라인드 터치’, 박정희 연출의 ‘애쉬즈 투 애쉬즈’, 박혜선 연출의 ‘트릿’ 등을 공연했다.

산울림을 대표하는 작품은 1969년 12월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다. 당시 한국 초연으로 관객의 많은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은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연극학도는 물론 일반인들이 현대극의 정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꼭 봐야 할 공연이 됐고, 세계의 평론과 관객에게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산울림 소극장이 현대 연극사에 남긴 공적은 크다. 동시대와 함께하려는 산울림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연극계 침체와 재정적 불안정 등 외부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극 실험실’이라는 이름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한다. 유민영 서울예술대학교 석좌교수는 “세계연극사를 되돌아보아도 작은 극장 하나가 30년 동안이나 한결같이 이처럼 의미심장한 창조 작업을 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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