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발해 사흘째 본관 점거 농성 중인 이대생들이 경찰의 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발해 사흘째 본관 점거 농성 중인 이대생들이 경찰의 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놓고 학내 갈등 고조

학생들 5일간 점거 농성...경찰력 투입까지

“최경희 총장 체제 하 ‘불통 시스템’이 낳은 예견된 파행”

최경희 총장 “사업 일정 중단...구성원 의견 널리 수렴할 것”

“그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행정을 밀어붙여 온 데 대한 분노가 폭발한 거죠. 농성하는 학생들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외부세력’이라며 적대시하고 폭력 집단으로 몰아붙이다니요? 대학의 자율성과 지성의 권위를 학교가 스스로 던져 버린 겁니다.”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 수백여 명이 닷새째 본관 점거 농성 중이다. 학생들은 “계속된 학교 측의 ‘불통’과 졸속 행정을 규탄”하며 “학교는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행정 절차에 적극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이화여대 측은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고졸 재직자나 30살 이상의 무직 성인이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학년 당 정원 200명 규모의 미래라이프대학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과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 전공'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에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 없는 독단적 결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학생들은 이미 교내에 ‘평생교육원’이 있는데도,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4년제 학사 학위를 주는 단과대를 만드는 일은 “이화여대의 명성을 내세운 ‘학위 장사’”라며 반발했다. 이화여대 측은 지난달 28일 본관에서 대학평의원회를 열고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관련 학칙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총학생회 간부 등 200여 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이날 회의실 앞을 점거하고 반대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학교는 공권력을 끌어들였다. 농성 사흘째인 지난 30일, 경찰 병력 1600명이 캠퍼스에 들어와 학생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최 총장 등 학교 본부의 요청으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1일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내에 ‘우리는 정치색을 띤 어떠한 외부세력과도 무관합니다. 오로지 이화인의 목소리입니다’라고 적힌 자보를 붙이고 있다.cialis manufacturer coupon open cialis online coupon
1일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내에 ‘우리는 정치색을 띤 어떠한 외부세력과도 무관합니다. 오로지 이화인의 목소리입니다’라고 적힌 자보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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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이화여대 ECC 내부 벽면에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자보가 붙어 있다.cialis manufacturer coupon site cialis online coupon
이화여대 ECC 내부 벽면에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자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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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학교 안팎에선 비난이 거세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졸업생 등은 3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지금껏 무수히 반복되어온 최경희 총장 체제 하의 ‘불통 시스템’이 낳은 예견된 파행”이라며 “최 총장은 취임 이후 파빌리온 건축, 프라임/코어 사업 등 학교 전반의 단과대학 시스템을 좌우하는 사업들을 비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불투명하게 추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며, 학생들의 정당하고도 상식적인 항의에 학교 측은 ‘무시’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했다. 

김혜숙·정문종·정혜원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장도 1일 성명을 내고 “교협은 졸속으로 이루어진 직업대학의 설립을 즉시 철회할 것을 학교 당국에 단호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 이틀 전에야 교무처에서 교수들에게 처음으로 (이번 사업에 대해 알리는)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학생들의 행동이 21개 중대 1600명의 경찰력이 투입되어야 할 만큼 위협적이고 긴박한 상황이었던가, 이런 최후의 수단을 취하기 전에 학교 당국은 학생들과의 대화에 적극 나섰던가”라며 학교 측의 ‘불통’과 공권력 투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생들은 △폭력 진압에 대한 학교의 사과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철회 △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졸업생·학부모·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최 총장 탄핵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1일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닷새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일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닷새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화여대 ECC 내부 벽면에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자보가 붙어 있다. ⓒ여성신문
이화여대 ECC 내부 벽면에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자보가 붙어 있다. ⓒ여성신문

“가장 화나는 건 학교 측의 권위적이고 오만한 태도에요. 학생들이 대화하자고 해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으면서, 경찰을 끌어들이다니요? 게다가 언론을 동원해 이번 농성이 ‘고졸 여성’을 배척하려는 일부 ‘외부세력’의 ‘엘리트주의적 소행’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죠.” 1일 이화여대 본관에서 만난 재학생 김현화(24)씨가 말했다. 그는 “학교는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짓을 그만두라. 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라고 적힌 자보를 ECC 벽면에 붙이고 있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여성들에게 왜 4년제 대학 학위가 필요한가요? 명백한 ‘학벌 장사’죠. 그리고 왜 뷰티, 웰니스, 미디어로만 학위가 제한돼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여성에게 적합한 교육’이랍시고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것 아닌가요?” 재학생 박모(25)씨도 말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생 정모(25) 씨는 “이 사업은 시작과 절차 모두 잘못됐다.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정의와 평화주의의 상징인 여성주의적 가르침을 생활화하는 이화여대에서 이런 부정의가 일어났기에 더 충격적”이라며 “학교는 학생들이 사업 전 과정을 언제라도 알 수 있도록 하고, 공개 토론회 등을 수시로 마련해서 학생들이 언제든 어떠한 외압 없이 학교 사업에 관해 자유로이 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최 총장은 1일 오후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단과대학 신설 계획 일정을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학생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듣지 않았다.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며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겠다. 학생들은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바로 대화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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