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344곳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과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유명연예인 박OO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세아 기자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344곳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과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유명연예인 박OO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세아 기자

여성단체, 28일 ‘박유천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공동변호인단 구성...박유천 외 유명연예인 성폭력 피해자 상담·사건 지원

수사·사법 기관은 유명 연예인 성폭력 사건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 호소 가로막는 역고소 남발 단호하게 처벌해야

“무고는 정말 큰 죄입니다.” 지난 17일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이진욱(35)씨가 경찰 조사에 출석하면서 한 말이다. 앞서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박유천(30)씨도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자 상대 여성 2명을 무고로 맞고소했다. 이처럼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성폭행 혐의로 잇따라 고소당한 가운데, 피해자들이 오히려 ‘무고’로 맞고소를 당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여성계가 “유명 연예인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무고·명예훼손 등 역고소로 피해자의 정당한 피해 호소를 가로막는 행위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공동대책위를 결성했다.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344곳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과 여성시민단체가 나섰다. 이들은 박유천 성폭력 사건의 제대로 된 수사와 판결을 위한 법적 지원에 나선다. 또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해 무고·명예훼손으로 피해자의 정당한 호소를 가로막는 행위에 강력히 대처할 계획이다. 발족 기자회견은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렸다. 

공대위는 경찰이 박유천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면밀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명숙 변호사는 “상황과 장소, ‘유명 연예인’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폭력 사건의 ‘강제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원치 않는 성관계의 경우 ‘무혐의’ 결론이 나더라도 ‘무고’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성폭력 사건의 강제성 여부를 판단할 때 △가해자의 폭행·협박 정도가 피해자를 완벽히 제압할 정도였는가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했는가를 근거로 삼는다. 이는 “강제성 여부에 대한 무척 협소한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미례 성매매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는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성매매 업소에서 일어난 일이라 ‘성폭력이 아니다’라는 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344곳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과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유명연예인 박OO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세아 기자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344곳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과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유명연예인 박OO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세아 기자

일련의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보여준 태도도 질타를 받았다. 박유천 사건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신뢰관계인이 동석하지 못하거나, 변호사 조력 없이 장시간 조사를 받는 등 2차 피해를 겪었다. 이 변호사는 “경찰은 피해자를 새벽 세 시까지 장시간 조사했고, 고압적 태도를 보여 피해자가 ‘죽고 싶었다’고 말하거나 한참을 통곡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에서 증거 자료나 피해 사실 등 정보를 실시간에 가깝게 언론을 통해 알려, 성폭력 사안을 사소한 흥밋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정당한 피해호소를 가로막기 위해 ‘무고’와 ‘명예훼손’이라는 역고소를 남발해왔습니다. 무고는 큰 죄입니다. 그러나 성폭력 또한 큰 죄이고,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호소를 가로막기 위해 위협적으로 역고소를 한다면 이 또한 커다란 범죄임을 가해자들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으로 세상에 드러난 피해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박유천) 사건은 ‘성폭력’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를 위해 수많은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싸워온 것을 무화하지 말자. 수사·사법 기관도 ‘정조 관념’에서 벗어나 성폭력에 맞서 싸워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유명 연예인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피해 신고를 할 수 있는 신고전화(천주교성폭력상담소 02-825-1272, 한국성폭력상담소 02-338-5801)를 운영해 이들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또 향후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지위나 유명세를 이용해 성폭력을 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기로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