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송씨는 과거 아내를 상습 폭행해 두 차례 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그 후 다시 폭행 혐의로 영장이 청구되자 남편은 아내를 살해했다. ⓒ여성신문
남편 송씨는 과거 아내를 상습 폭행해 두 차례 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그 후 다시 폭행 혐의로 영장이 청구되자 남편은 아내를 살해했다. ⓒ여성신문

한국여성의전화가 아내를 상습폭행 끝에 살해한 남편의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했던 것으로 드러난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자택에서 평소 아내를 상습 폭행한 송모(62)씨가 부인 A(58)씨를 살해한 후 숨진 채로 발견됐다. 남편 송씨는 과거 아내를 상습 폭행해 혼수상태에 빠뜨리는 등의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다시 폭행을 가한 혐의로 세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송씨는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을 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다.

법원은 영장청구 기각이유로 가해자가 뇌질환 장애가 있는 피해여성의 유일한 보호자이며, 피해여성이 가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의전화는 서울중앙지법이 잘못된 처사로 피해여성이 살해되는 데 일조했다며 성토했다. 법원이 극심한 폭행으로 여성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가해자를 ‘유일한 보호자’로 왜곡해 피해자를 재범의 위험이 매우 큰 범죄의 현장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어 여성의전화는 “법원은 여전히 가정폭력이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는가. 피해자 보호보다 가정의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며 “이번 사건으로 법원은 현 정부의 4대악 근절정책, 여성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 등이 허울뿐임을, 그리고 정부는 가정폭력을 방치하고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전화는 지난 7년간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여성만 최소 657명이나, 2015년 가정폭력사범 구속율은 1.79%에 그쳤다며 정부와 법원에 법 개정과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아내폭력의 본질을 인지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여 여성의 생명권을 보장할 것 △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조항을 가정구성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개정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피해자 의사존중’ 조항 삭제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우선주의 도입 △서울중앙지방법원 구속영장 기각 재발 방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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