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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국제노동기구) 모성보호협약이 1952년 이래 48년 만에 개정돼 각국 나

라들의 비준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15일 모성보호협약 개정안에 대한 표

결에서 아르헨티나, 칠레, 과테말라 등 남미국들을 중심으로 한 22개국이 반

대표를 던졌고, 우리 나라 또한 표결에서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미국들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와 우리 정부가 기권한 이유는 정반대였다.

남미국 등은 개정된 이번 협약의 일부 조항이 지난 52년 협약보다 고용안

정 면에서 약화됐기 때문에 적극적인 모성보호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전 협약과는 달리 산전후 휴가기간 중이나 임신·출산에 의

한 합병증 등으로 병가 중일지라도, 사용자가 해고 이유가 이와 관련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해고를 허용하는 단서조항을 만들어 악용의 소지가 많

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 협약에는 모성보호 비용을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

하지 않도록 해 여성고용의 회피를 막았지만, 바뀐 협약에는 노사간 동의가

있으면 사용자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로 인해

이들 국가들은 여성의 고용안정이 현저히 약화됐기 때문에 아무리 산전후

휴가가 14주로 연장됐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가 기권표를 던진 건 다름아닌 산전후 휴가기간이

12주에서 14주로 늘어난 때문이었다. 우리 나라는 52년 협약도 아직 비준하

지 않은 채 12주 산전후 휴가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최근에

서야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12주 산전후 휴가를 내걸면서 국내에서 12주 산

전후 휴가 논의가 일고, 조심스레 현실화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렇듯

가까스로 좇아왔더니 국제협약은 14주로 저만큼 또 앞서나가 버린 셈이다.

아직 12주 기간에 대한 비용분담, 재원 마련 문제도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14주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게 노동부 관계자의 얘기다. 현재 52년

협약도 우리 나라 상황에선 이상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의 모성보호 정책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었나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현재 야당인 한나라당은 모성보호 관련 법률

개정안을 이미 제출했고, 여당인 민주당도 곧 제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라도 정부는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뒤쳐진 모성보호 정책을 만회하기 위해

서라도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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