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4월 2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전경.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뉴시스·여성신문

“늙고 집 없는 사람이 노숙하다가 죽었다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주가지수가 2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은 뉴스가 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이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2013년 11월 26일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개탄한 말이다.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 출현에 대한 예견은 이미 한스 마르틴과 하랄드 슈만이 1996년에 출판한 『세계화의 덫』에서 잘 언급되고 있다. 20년 전에 예견한, 가진 자 20%와 적당한 오락과 먹거리로 지새는 갖지 못한 자 80%로 나뉘는 ‘20 대 80 사회’는 오늘에 와서 이 책이 전망했던 것보다 더 우울한 ‘1 대 99 사회’, 심지어 ‘0.1 대 99.9 사회’로 양극화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이 국가를 압도하고, 경제가 정치를 지배하는 세계화 과정에서 양극화라는 ‘사회경제적 지진’에 이어 극우주의 성향의 ‘정치적 지진’이 엄습할 것이라는 예견도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등장,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현상 등을 볼 때 적중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불평등이 심화되는가? 일을 통하지 않는 지하경제의 불로소득이 원인이거나 일을 통한 1차 분배(임금소득) 구조에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조세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누진적인 2차 분배를 잘 행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빠른 방법은 어떤 조직이든 한 사람이 하는 일이 나머지 사람의 일보다 10여배 이상 꾸준히 할 수 없음에 착안해 임금 격차를 처음부터 줄이는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스러운 은행가를 비꼬는 말로 ‘살찐 고양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본래 1928년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가 출간한 『정치적 행태』에 등장한 용어로, 턱없이 과도한 기본급과 보너스와 퇴직금을 챙기면서 세제 혜택까지 누리는 배부른 자본가를 뜻한다. 그런 점에서 말단직원 임금의 수백 배에 달하는 보수를 받는 우리나라 재벌 최고경영자나 적자를 낼 때조차도 성과급이라는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챙기는 경영자는 당연히 ‘살찐 고양이’에 속한다.

이러한 ‘살찐 고양이’에 대한 임금상한제는 이미 1986년에 피터 드러커가 『프런티어의 조건』에서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고위경영자의 금전적 보상은 월급이 가장 적은 직원의 2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임금상한제는 2010년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2010년에 만든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의 후속 조처로 2015년 8월에, 내년 1월 회계연도부터 최고경영자 급여가 해당 기업 일반직원 임금 중간값의 몇 배인지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며칠 전 6월 27일에 민간기업 임직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는 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임금상한법(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발의했다. 이 법안은 비영리법인을 제외한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 하며, 이를 어기는 법인과 개인에게는 부담금과 과징금을 부과토록 했다. 이때 모은 부당금과 과징금은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 노동자, 저소득층, 비정규직 등 지원 사업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이 법은 200만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1100만 명에 달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국민경제의 균형 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 경제력 남용 방지를 규정한 헌법 119조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필자는 이 법안을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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