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06.23 10:45
  • 수정 2018-02-13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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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변명만 하고 국민 가르치려고 하니  불신만 커져 

신공항 문제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정부 계획 밝혀 국민 설득해야 해

정직이 최상의 정책

 

정부가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 대신 그 대안으로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부산 가덕도냐 경남 밀양이냐를 놓고 10년 넘게 이어온 신공항 논란은 일단락됐다.

국토교통부 의뢰로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 타당성 연구 용역을 벌여온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가덕도, 밀양을 포함한 영남권 후보지 35곳을 놓고 항공 안전과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단순히 경제적·환경적 요인 등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신공항 후보지가 선정되었을 때의 법적·정치적 후폭풍도 감안했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통교토부 브리핑룸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용역결과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설명하며 김해공항 확장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통교토부 브리핑룸에서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용역결과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설명하며 김해공항 확장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해 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대안은 신공항을 둘러싸고 영남권이 둘로 갈려 지역 갈등과 분열을 키우고 국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은 2011년 3월 30일, 이명박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하자 다음 날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스럽다”며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우리나라가 예측 가능한 국가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구나, 2012년 대선 직전인 11월 30일 부산에서 “부산 시민이 바라고 있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남권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정부의 결정이 진정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치 공학에서 나온 것인지 확실치 않다.

여하튼 이번 신공항 건설 파동은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무엇보다 국가 대사의 판단을 남의 나라 업체에 맡길 정도로 정부의 갈등 관리 조정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반발을 무마할 리더십도 갖추지 못했다. 조셉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는 정부의 객관적인 성과보다는 이를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신공항과 관련 정부가 그동안 해온 일을 보면 소리만 요란 했지 결과는 초라했다. 심지어 공약 파기가 약속 이행으로 둔갑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면서 “공약파기가 아니라 어려운 문제이지만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앞으로 정부는 김해 신공항 건설이 국민들의 축하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국민들의 인식 속에 정부가 정직하지 않다는 것을 각인시키면서 정부를 믿지 않도록 하는 자충수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변명만 하고 국민을 가르치려고 하니 국민 불신만 커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야당이 “김해공항이 신공항이라고 한 것은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와 같다”는 비판을 했겠는가.

신공항 소동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제 더 이상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약속이나 선거 공약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선 후보들은 사전 조사와 타당성 평가 없이 눈앞의 표를 의식해 새만금, 행정수도 이전, 신공항 건설 등 초대형 국책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런 포퓰리즘 공약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었다. 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향후 대선에서는 더 이상의 이런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2014년 대구·부산·경북·경남·울산 5개 시·도지사는 정부 입지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전격 수용하기로 다짐했고 2015년 1월에도 용역 결과가 나오면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이런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박 대통령도 편의주의에 빠지지 말고 신공항 문제와 관련 어떤 형식이든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향후 정부의 계획을 밝히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만이 공약 파기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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