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뉴시스·여성신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뉴시스·여성신문

여성주의 문화평론가 손희정씨가 홍상수-김민희 스캔들과 관련해 22일 “순수한 예술가, 헌신적인 조강지처, 딸바보 그리고 ‘쌍년’이라니, 정말 잘 팔리는 이야기지만 진부해도 너무 진부하다”고 일갈했다.

손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상수-김민희 스캔들을 다룬 언론의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손씨는 “홍상수의 영화가 그와 그 주변인의 삶을 (게으를 정도로) 직접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가십거리도 아닌 일”이라며 “그 와중에 등장한 ‘완벽한 패밀리맨이었던 한 예술가가 상또라이 요부를 만나 가정이 파탄난 상황’이라는 디스패치의 서사는 실소를 자아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차적으로 이 사건에서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 혹은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 사이의 사적 관계가 아니라 그것을 설명해 내는 이 사회의 담론 양상”이라며 “그보다 더 집요하게 나를 사로잡고 있는 문제는 홍상수가 자신의 영화에서 지금까지 그려왔던 ‘개저씨 서사’가 평단을 경유해 어떻게 이 사회에서 ‘윤리적인 것’ 혹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으로 승인돼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손씨는 “실제 그의 삶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 ‘개저씨 서사’란 영화에서만 승인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자체에서 승인되는 것”이라며 “디스패치의 ‘예술가의 로맨스’ 서사는 기실 ‘(어떤 의미에서든) 권력을 가진 개저씨 서사’에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또 “유부남의 로맨스와 유부녀의 로맨스는 그 성격 자체가 다르고, 한국 사회에서 유부남의 로맨스는 많은 경우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능해지는 ‘권력형 로맨스’”라며 “‘순수한 사랑’ 따위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가부장제가 제도 안으로 포섭한 그 사랑이야말로 진정으로 권력 문제라는 것을, 디스패치가 그려낸 홍상수 부인의 ‘처절한 비명’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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