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성의 성과 건강 문제 및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서울시의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마련됐다. ⓒ여성신문
10대 여성의 성과 건강 문제 및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서울시의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마련됐다. ⓒ여성신문

서울시 '10대 여성의 성·건강 토론회' 개최

'깔창 생리대’ 문제는 필수품 보급의 차원을 넘어, 10대가 성과 관련해 고민을 의논할 어른이 없음을 시사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0대 여성의 성과 건강 문제 및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서울시의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마련됐다. 주최 측은 방청좌석 100여 개를 마련했으나 두 배 넘는 인원이 모여들면서 토론회장은 발 디딜 틈없이 가득 찼다.

사회를 맡은 이명선 이화여대 특임교수는 “최근 생리대 문제로 촉발된 청소녀의 건강권과 기본권을 고민하고 나아가 성과 건강 문제를 고민하고 지원 대책을 찾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청소년기 건강권이 정책에서 배제돼있으며 청소녀는 특히 젠더적 관점에서 접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함을 제기했다.

먼저 박은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센터장은 "청소년기의 건강은 성인기 건강의 바탕을 형성하고 성인기의 만성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10대 여성 건강 문제로는 저체중과 불필요한 다이어트, 신체활동 부족 등 꼽았다. 이 외에도 약물 남용, 십대 임산부 흡연, 성행동과 피임, 왜곡된 신체이미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은 청소년기가 건강정책과 관심에서 배제된 집단임을 지적하고 특히 젠더 관점을 가진 다양한 건강 활동 등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희경 살림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 이사도 “성평등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여성도 남성도 건강하다”며 젠더규범이 불건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여자에게 복근이 필요 없으니 윗몸일으키기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10대 여성들이 있었다”며 근육이 남성성과 연관되고 ‘연약함’이 여성성과 연관되는 문화규범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최안나 국립의료원 산부인과전문의는 오는 20일 만 12세 소녀를 대상으로 시작하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에 대해 “자궁경부암 백신은 다른 백신보다 결코 더 위험하지 않다”며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았다. 또 "깔창 생리대 문제를 보며 10대에게 필요한 건 어른 상담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화 아하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도 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성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증폭되는 시기에 성별 이중적이고 규범적인 성문화는 특히 10대 여성들에게 억압적”이라며 “성 건강을 위해 상담 채널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적 영역에서 상담이 강화돼야 할 이유로 "각종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고민을 토로했다가 성폭력과 성매매 낚시에 걸려들어 피해를 입거나 사이버 스토킹이나 신상털이 등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보건교사인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학교에서 학생 건강 문제를 의제로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며, 상설 의제로 다루도록 교육법을 개정해 건강권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각지대 청소녀의 건강권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나는봄시립청소녀건강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녀돌봄약국 사례가 소개됐다. 백재희 나는봄 센터장은 사각지대 청소녀의 건강권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과 활동 상황을 소개했다.

최윤정 관악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여성가족부의 ‘학교밖 청소년 건강검진사업’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나 보건소를 활용한 촘촘하고 현실적인 안전망 구축을 제안했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 정책지원단장은 가출 등 위기 청소녀를 위해 운영 중인 소녀돌봄약국의 활동 상황을 소개했다. 현재 서울시내 199곳이 있는 소녀돌봄약국은 건강 상담부터 감기약, 진통제 등 의약품 무료지원 활동과 청소녀 보호시설과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권 단장은 말했다.

토론을 마치며 이명선 특임교수는 “모든 건강권은 인권의 문제이지만 성평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 논의들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서울시가 계속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10대 여성의 성과 건강 문제 및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서울시의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마련됐다. ⓒ여성신문
10대 여성의 성과 건강 문제 및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서울시의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마련됐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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