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개헌인가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6.06.16 13:42
  • 수정 2018-02-26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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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가까와지면 개헌론 수면위로 부상

개헌에 앞서 왜곡된 국회와 정당 운영 구조 바꾸는 것이 순서

양성 평등, 지방 분권, 생명 및 환경 존중 등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개헌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정세균 국회의장 취임기념 기자간담회가 16일 오전 10시 국회본청 3층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 취임기념 기자간담회가 16일 오전 10시 국회본청 3층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20대 국회가 개원 하자마자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닙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변화된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선은 개헌 논의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대선전에 무성했던 개헌 논의는 새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차기 대선이 가까이 오면 개헌론이 또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다. 개헌론이 나오는 걸 보니 대선이 가까이 온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몇 가지 판에 밖힌 논리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첫째,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너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극단적 정치 대립을 낳는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 행정이 정치를 무시하고, 권력을 잡기 위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상쟁의 정치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둘째, 5년 단임제로는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없다. 5년 단임제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또한 국가적 전략과제나 미래과제들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셋째,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맞아야 국정 운영이 안정화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07년 1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만성적인 정쟁에서 벗어나자면서 ‘원 포인트 개헌’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논리들을 기초로 다양한 개헌 방식들이 대두되고 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된다. 직선제 대통령이 외교, 안보, 국방 등의 업무를 맡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맡아 내치를 담당하는 모델이다. 이른바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등이 예다.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중임을 가능하도록 하는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거론된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순수 내각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선을 앞두고 수차례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부상된 적이 있었지만 진전이 없었다. 핵심 이유는 개헌을 지나치게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개헌을 국가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계 개편과 연대의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정치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개헌을 현실화하기에 우호적이다. 여권의 대권 후보가 가시화 되지 않고 야권이 분열돼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혼돈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헌이 생산적이고 국민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

종결 시점, 내용과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시한부로 추진하면 결국 개헌 논의는 정치 공학으로 빠지게 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때 국민투표,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인 친박의 정종섭 의원은 연내 마무리를 주장했다. 이럴 경우, 개헌은 블랙홀이 될 수 밖에 없다.

개헌이 본격화 되면 구조 조정, 규제 개혁 등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의제는 실종되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국정 혼란과 정치 실패는 헌법 때문이 아니라 운영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무서운 대통령 한마디에 집권당 원내 대표의 목이 날아가고, 국회에선 소수독재가 정당화되는 국회선진화법이 여전히 작동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임위원장직을 1년씩 쪼개서 맡는 편법이 판을 치고, 진영의 논리에 빠진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데 개헌을 한다고 무엇이 바뀌겠는가. 그렇다고 개헌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총체적인 개헌은 찬성한다. 양성 평등, 지방 분권, 생명 및 환경 존중 등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개헌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데, 개헌에 앞서 뒤틀리고 왜곡된 국회와 정당의 운영 구조를 바꾸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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