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속담은 적어도 여성문제에

있어서 바뀌어야 한다. 똥이 더럽든, 불결하든, 무섭든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바뀌기 때문이다.

남동생은 00학번이다. 이제 집안에서나 사회에서나 그를 성인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성인이란 잣대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경제적 인간이 되며 사회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인 한 남성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았다.

그의 입학과 동시에 일을 가지게 된 엄마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가사노동을

분담했다. 그러나 유독 한 사람만은 열외였다. 바로 남동생이다.

늦은 아침식사에 뒷처리 없이 등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옷은 매일

갈아입으면서 세탁기 한번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뒷처리는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휴일에도 그는 일주일간의

과도한 음주로 심신을 쉬곤 했다. 하지만 밥 먹을 때는 예외 없이 일어나

우적우적 다량의 식품을 섭취했다. 물론 그는 수저 한 개 놓는 노동도 하지 않는다.

그의 모습이 아빠의 모습과 너무 비슷한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닮고 그것이 당연한 것인양 산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모든 여성운동이 실패할 것만 같이 정말 아득해졌다. 그래서 계속 요구했다.

그리고 싸웠다. “왜 가사노동이 여자들만의 것이냐! 네가 더럽히고 먹은

만큼 너의 몫을 해내라” 고.

그래서 그는 지금 빨래를 담당하고 있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개며 각자의 방까지 배달한다. 물론 그것도 일주일에 한두 번뿐이지만

장족의 발전이라 여기고 있다. 이렇게까지 되는 데 장장 4개월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밥상도 잘 나른다. 기분이 내키면 설겆이 하는

‘아량’을 베풀기도 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

이란 말을 난 요즘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그 ‘더러운 똥’이 발효되어

쓸모 있는 것으로 성장할 때까지 나의 ‘정치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한주연/ 인하대 지리정보공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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