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개방 결정에 문화계 반발

문화를 경제정책에 종속시키지 말아야

전문가 여론 수렴·4차개방 순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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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 발표에 대해 진보적 문화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4일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 도정일)는 기자회

견을 갖고 “정부가 발표한 일본대중문화의 완전개방은 경제종속에 이

어 문화종속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개방의 시행을 유보하고 실효성

있는 문화진흥정책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10

일에는 대중음악작가연대, 사회진보연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영화인회

의,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한국시나리오

작가협회, (사)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제

작가협회와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등이 공동주최한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선 주요언론이나 정부의 전망, 즉 개방에 따른 파장은 그리

크지 않고 국내 관련 산업도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낙관적 견해와 달리

개방에 따른 문제점을 각 분야 현업 종사자들이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들의 주장은 최근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문화개방 저지 움직임과 일

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는 “문화의 표현 자유와 소통의 필요성, 국민의

볼 권리 등 원론적 차원에서는 일본문화 개방을 찬성한다”면서도 금번

문화개방의 목적과 의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표했다. 즉 일본대중문화

개방 이전에 일본의 한국지배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선행작업 없이 자본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는 것은 강자지배 원

리가 작용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2002년 월드컵대회 공

동개최, 남북한 통일 분위기 조성에 따른 일본의 지원을 고려하여 문화

를 경제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는가를 문제 삼았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도 “문제는 개방인가 아닌가의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속도와 범위와 절차에 있다”고 전제한 뒤 “정

부는 개방을 앞두고 여론 수렴과정을 거쳤다고 하나 단 한차례의 공청회

도 없었다”면서 정부의 독단적 추진을 비난했다. 궁극적으로 이 정책

은 스크린쿼터 축소로 이어져 아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문화산

업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개방 시기와 속도, 목적에 관

한 지적은 대중음악, 애니메이션, 방송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이다.

문성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은 개방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면서, 안된다면 4차 개방을 순연하라고 촉구했다. 문화계는 현재 성명서

나 논평 등을 통해 ▲문화를 경제에 종속시키는 문화정책에서 벗어나야

하고, 정책결정에 문화계 및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

문화정책은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문화주권을 지켜야 한다 ▲문화교류는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한

다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가 개방적이고 쌍방향적인 속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세계화·개

방화 추세에 문화를 억압, 통제, 폐쇄하기보다는 자극하고 장려해 발전할

수 있도록 소통시켜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호정책만이 대안도 아니다. 하지만 불평등한 개방은 문화종속을 수반

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국내 문화산업계는 경쟁력을 갖

추지 못했다는 것이 자체분석이다. 현재는 아직 양질의 문화상품을 만들

어내기 위한 인프라 구축 자체가 열악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질적으

로나 가격적 측면으로나 할리우드 만화영화나 영화와 경쟁력이 대등한

일본 대중문화가 풀어놓아진다면 우리 문화가 잠식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정부가 경제적 혹은 정치적 포석을 깔고 3차 문화개방을 기습

적으로 단행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적어도 개방 전에 전문가들과

공청회라도 한 번 가져야 하지 않았을까. 문화단체들이 마련한 공개토론

회에 정부측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심증을 굳히는 결과

만 가져왔다. 문화계는 다시 정부와 국회가 함께 모여 3차 개방이 갖는

의미와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공개토론회를 마련하자고 요구하고 있

다. 정부의 성실한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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