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서 

학부모와 주민 3명 공모

교사 집단 성폭행

 

성폭력은 안전권·인권 침해

우리 사회 달라진 인식 보여줘

 

용기 있고 침착하게 대응한 교사

이제 사회가 지지와 응원 보내야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 벌어진 교사 성폭행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외딴 섬에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려고 부임한 교사를 학부모가 포함된 마을 주민 3명이 서로 공모해 초등학교 관사에서 집단 성폭행한 엽기적 사건이라 후폭풍이 컸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10일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초등학교 학부모 박모(49)씨와 김모(38)씨, 주민 이모(34)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집단 성폭행 사건이 터진 후 정부는 도서벽지의 교사 안전을 위한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신안군에 경찰서가 단 한 곳도 없고, 범행이 벌어진 해당 초등학교 관사에 CCTV나 경비인력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패륜의 피해자가 된 여성이 숨지 않고 용기 있게 고발해 성폭행 사건 대처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성폭행을 고발하는 용기는 사실 쉬운 선택이 아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선 성폭행을 ‘성’의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편견이나 비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성폭행은 영혼의 살인이다. 정작 수치심을 느껴야 할 사람은 가해자인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미 성폭력 피해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피해 교사의 용감한 대응이 이를 방증한다. 여성들이 이제 수동적인 피해자 지위에서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달라진 인식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성폭력을 ‘여성의 정조를 침해한 사건’ ‘나의 소중한 것을 깨뜨린 사건’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나의 안전권과 인권을 침해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성폭력 생존자인 것이다. 이런 달라진 사회의 모습을 섬마을 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피해 교사가 성폭행 대응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행동한데 반해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부끄러움을 느껴 절대 신고하지 않으리라는 잘못된 통념에 빠져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다. 주변 사람들의 공감이 피해자가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현재 병가 중인 피해 교사가 하루빨리 교육 일선에 복귀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줘야 한다.

피해 교사는 성폭력 대응 매뉴얼대로 행동했다. 이미 성폭력 피해자의 대응법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성폭행 사건에선 가능한한 48시간 이내에 원스톱지원센터에 가야 피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동희 목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성폭행 사건은 여성이 창피해서 그냥 덮고 가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사건에선 피해 교사가 신속하게 대처한 덕분에 사건 접수 후 바로 현장 주변을 정밀 수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분명 ‘괴물’이지만 고립된 섬, 열악한 도서벽지라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폭행 사건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며, 여성 차별과 혐오 현상이 일어나는 곳 어디서든 벌어진다는 것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언론이 피해 상황을 CCTV 돌리듯 생중계하듯 선정성 경쟁을 벌인 탓에 섬마을 교사 성폭행 사건이 특수한 사건처럼 다뤄졌다. 하지만 주변 지인이 성폭행 가해자인 경우가 무려 80%에 달한다”며 “성폭력 범죄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에 둔감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섬마을 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사람들이 낯설고 폐쇄적인 공간에 대해 더 위축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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