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물길을 타고 국경을 넘나든다. 하물며 같은 나라 안에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정부의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관련 감사원의 감사결과, 수도권 대기오염에 대해 최대 28%의 영향을 주는 충남지역의 화력발전소 등에 대해 관리대책 수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물질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데, 관리대책은 수도권에만 국한해 추진하는 등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 조사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기 질이 나쁜 나라로 손꼽힌다. 공기 질이 나쁜 주원인으로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나 스모그를 탓하면서 원망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우선,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유발 요인에 대해 주목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대책은 에너지 정책과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전력 생산량은 1990년 7629테라와트시(TWh)에서 2013년 1만796TWh로 4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량은 105TWh에서 538TWh로 무려 410.5% 급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치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력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경제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다른 연료에 비해 전력 요금이 값싸게 매겨져 있는 에너지 요금 체계의 왜곡으로 전기 편식 현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회사가 용광로를 전기로 가동하는 등 다른 연료를 써도 되는 산업공정의 에너지원이 전기로 바뀌고 있으며, 사무실에선 난방을 시스템에어컨(전기 히트 펌프)으로 하고, 식당과 가정에서는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나 인덕션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전기수요는 계속 급증할 것이며,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는 신규 발전소를 계속 건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가스레인지는 주부들이 폐암에 걸리는 원인이 된다고 협박하는 전기레인지와 인덕션 광고를 보면 화가 난다. 가스레인지로 인해 발생한 실내 오염물질은 환기만 잘 시키면 해결이 되지만, 전력소비 급증에 따른 신규 발전소 건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 국가 전체적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 편식을 유도하는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는 것은 대기질 개선과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