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확충 방법으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은행과 야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가 구상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산업·수출입은행에 채권매입이나 출자 방식으로 새 돈을 공급해 기업 구조조정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식이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재정의 역할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정부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통상적으로 중앙은행 사람들이 하는 양적완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한은을 동원하면 시급성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아무리 시급해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라는 '한국형 양정완화'는 저열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순리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설치된 것은 정부의 이러한 시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30일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며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현 대변인은 “역대 어느 정권도 국민적 합의 없이 돈을 찍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발상을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은 적은 없다”며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정책을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집행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국민적 반발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또 “급한 불을 끄겠다는 생각보다 경제 전체를 조망하는 거시적 안목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라고 대통령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