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20대 당선인] 서울 광진갑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정치란 즐겁고 따뜻해야 한다.” 서울 광진갑 지역구 당선자 전혜숙 전 의원(60)은 20대 국회에서 신명나는 정치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 엄마의 마음으로 포용하고 사랑해주는 따뜻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전 당선자의 이 말은 정치인들의 흔한 레퍼토리와 무게감이 다르다. 그가 더불어민주당에서 19대, 20대 선거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계파 갈등의 주요 피해자였다는 점에서 포용을 강조한 당선 일성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열린 더민주 당선자대회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123명 당선자와 수많은 기자 앞에 서서 “당선이 어려운 게 아니라 공천이 어려운 사람”이라며 눈물 흘렸다. 동료 의원들이 일제히 박수로 격려를 보냈을 만큼 전 당선인의 공천 역경은 잘 알려져있다. 18대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문한 전 당선자는 19대 당시 광진갑 지역 공천이 확정됐다가 금품을 제공했다는 누명을 쓰고 공천권을 박탈당했다. 대신 김한길 의원이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을 받았다. 20대에는 당이 보상의 의미로 당연히 공천을 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정작 당은 국민의당으로 옮긴 김한길 의원의 눈치를 보며 무공천지역으로 두려다가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 전 당선자를 공천했다.
곡절 많은 선거를 연이어 치렀지만 전 당선자에게는 오히려 더 큰 힘이 생겼다. 지역구민들이 그를 안타깝게 열성적인 지지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무공천 설이 나온 무렵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어떻게 당이 후보님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화를 내고 택시비를 받지 않으려 해 승강이 벌인 일도 있었다“며 웃었다. 지역 주민들이 먼저 전 당선자의 손을 잡아주고 눈물을 닦아줬기 때문에 이제는 더 열심히 옆집 아줌마, 누나처럼 겸손하게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당선 직후라 한창 바쁘고 정신없지만 늘 해왔던 대로 어린이대공원에서 지역 어르신들의 새벽체조에 나가 함께 운동한다. "어르신들이, 바쁜 사람이 왜 나왔냐며 먼저 인사만 시키고 보내려 했지만 같이 체조를 하니 참 좋아하시더라"고 그는 말했다. 또 지금껏 시장에서 장보며 민심을 들어왔듯이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 호떡을 먹으며 민생을 경청하겠다고 다짐했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하고 싶은 정책으로 전 당선인은 ‘복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가간병인제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부가 같이 자영업을 하다가 남편이 아프면 이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아내가 간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족 중 누군가 아파서 집안이 어려워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가 간병인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내놓는 저소득층, 장애인 등의 통계 수치는 실제보다 현저히 축소된 데이터이라며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규모를 제대로 집계하고 지원과 함께 자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중에서도 육체 장애인보다 정신지체장애가 훨씬 힘들다며 이런 구체적인 상황을 반영한 복지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로 인한 재정 우려에 대해서는 전 당선자는 “복지는 경제다. 낭비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비용을 어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가 잘되는 곳은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것이다. 특히 18대 때 추진했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의 경우도 역시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나아가 그는 “재벌만 잘 사는 사회는 경제가 아니라 독재이고 부정부패“라며 부의 재분배를 강조했다. 서민은 다 망하고 재벌만 잘 돌아가면 경제라고 할 수 없다며, 정부가 할 일은 부의 재분배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정의했다. 부의 재분배가 어느 정도 일어나면 복지 재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OECD국가 중 우리나라 자살률이 제일 높은 것도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며,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돈을 많이 벌어 부강한 나라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운명공동체를 만들어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그게 잘사는 나라”라는 국가론도 피력했다.
그가 복지를 더 많이 고민하는 것도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500인 이상 직장 보육시설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여전히 없는 곳이 많다며 더 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이 쉽게 결혼해서 아이 키우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직장 생활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력단절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력단절된 사람들이 직장에서 불이익 받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력단절 하지 않고도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모든게 제 부족”이라고 말하는 포용적 정치를 지향하지만 해결해야할 또 다른 정치적 고민을 안고 있다. 지역구에서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과는 판이하게 당 지지율은 낮기 때문이다. 선호 정당 득표에서 국민의당, 새누리당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지역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그의 과제다.
이는 당장 내년 대선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문제다. 그는 “더민주가 정권 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민심을 잘 헤아리고 진정성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슨 한이 있어도 국회에서 정쟁을 일으키지 않고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